크랭크인 |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포토]
뚜르드프랑스는 세계 사이클리스트들의 꿈의 대회다. 매년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데, 장기 레이스인 데다 난코스가 많아 ‘지옥의 레이스’라 불린다. 총 21개 구간을 완주하는데 21~23일이 걸린다. 하루 한 구간을 달리는 셈이다. 전문 사이클 선수에게도 쉽지 않은 3500㎞ 풀코스를 희귀암을 앓고 있는 청년이 한국인 최초로 완주했다. 출발한 지 49일 만이었다. 이 영화는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뚜르드프랑스에 도전한 청년 이윤혁과 그를 도운 드림팀 멤버들의 실화다.

꿈이 이뤄지는 순간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 아름답지는 않다. 꿈은 노력 없이 이뤄지지 않고, 노력의 순간은 고단하고 때로 구차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꿈을 향한 여정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담았다. 아마추어 보디빌더이자 체육교사를 꿈꾸던 청년 윤혁에게 갑자기 불행이 닥쳤다. 군에 입대한 후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3개월 시한부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

윤혁은 다른 암 환자들처럼 분노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절망했다. 2년 동안 2번의 수술과 25차례 항암치료를 견딘 그는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꿈만 꿔왔던 뚜르드프랑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이 후원을 자처했고 1만명의 마음이 모여 엔젤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하지만 급하게 준비한 탓에 레이스 첫날부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윤혁은 점점 페이스를 잃어갔고 그를 서포팅하는 드림팀 멤버들은 인내심을 잃어갔다. 모두의 목표인 줄 알았던 레이스 완주는 윤혁만의 것이었다. 멤버들에게는 그저 비즈니스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을 터다.

49일간의 여정 속에 윤혁은 자신의 절박함을 몰라주는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갔다. 멤버들은 윤혁의 페이스에 맞추느라 고충이 따랐다. 급기야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까지 처하지만 윤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멤버들도 서서히 바뀌어갔다. 이 영화는 윤혁과 드림팀의 완주를 향한 ‘동고동락’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화만이 전할 수 있는 진짜 감동

1000여시간에 이르는 촬영본은 6년여의 편집 과정을 거쳐 DMZ다큐영화제에 소개됐고, 크라우드 펀드를 통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됐다. 편집에는 4명의 감독이 참여했다. 윤혁을 처음 발견해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전일우 감독, 각각 1년 동안 편집에 참여한 박형준ㆍ김양래 감독, 제작자인 임정하 감독이다. 이들은 암 환자라고 해서 마르고 초췌한 모습이나 고통스러운 투병기보다는, 쿨하고 당당한 윤혁의 모습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두렵고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 운혁의 심상을 담은 장면도 빼놓지 않았다. 임 감독은 편집의 원칙은 ‘담담하게’였다면서 “윤혁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봐 달라”고 말했다. 윤혁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세상을 떠났다. 인생 최대의 좌절을 생애 최고의 시간으로 바꾼 그의 모습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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