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옥죄는 생활물가 도미노 인상

▲ 정부는 지난 19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비축 물자 공급, 가격 감시활동을 뼈대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단언컨데 시늉에 그쳐선 안 된다. 생활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에게 생존의 문제다.[사진=뉴시스]
한국전쟁 전쟁 직후인 1950년대, 배고픔을 면하는 게 지상과제였다. 선물이 사치로 여겨지던 시절 고단백 식품인 계란 한줄과 토종닭 한마리, 돼지고기 한근이면 귀한 명절 선물이었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2017년 설을 앞두고 ‘계란 선물세트’가 등장하리라고 상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난해 말 시작된 장바구니 물가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물가가 미쳤다.” “장보기가 무섭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염려하던 게 언제라고 ‘물가폭탄’을 걱정해야 하는가. 경기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밥상에 오르는 식료품부터 물가상승세가 심상찮다. 무, 배추, 당근 등 채소값이 예년의 2~3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소주와 라면, 과자류 등 가공식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올랐다. 선발업체가 앞장서면 후발업체들이 뒤따랐다. 여기에 외식비와 영화관람료 등 서비스요금이 덩달아 뛰고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봉투 값 등 공공요금과 주민세까지 올랐다. 계란, 무배추 등 신선식품에서 시작해 가공식품, 개인서비스요금, 공공요금 등으로 번지는 생활물가의 도미노 인상 바람이다.

 
저소득 취약계층에 식료품비 지출 급증은 생존의 문제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생활물가가 뛰면 소비는 더 위축되고, 가계의 경제하는 마음까지 상한다. 물가관리 실패가 민심 동요로 연결되는 이유다. 물가안정은 민생안정의 핵심이고, 어느 정부나 최우선 국정과제다.

늑장부실 대응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를 사상 최악으로 키운 게 화근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 상황에 직면하고 경제부총리 교체가 예고되는 식물정부 상태였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생활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지표의 착시현상에 현혹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요금을 앞다퉈 올려도 몰라라한 중앙정부의 무책임에 기가 막힌다.

이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피부물가와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와의 괴리를 손봐야 한다. 월급 빼곤 다 올랐다며 가계가 비상인데,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97%에 그쳤다. 물가지수 산출의 근거가 되는 460개 품목 중 지난해 채소류 등 306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는데도 물가지수 상승률이 이렇다는 것은 품목별 가중치에 이상이 있음이다. 이 수치대로라면 수요 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

물가지수 산출 품목들의 가격 변화가 체감물가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460개 품목의 가중치 합계가 1000인데 배추의 가중치가 1.2, 무는 0.6밖에 안 되는 점은 채소류 등 식료품 가중치를 너무 낮게 잡은 것 아닌가. 가계가 납득하게끔 물가지수를 개편하라.

지난 19일 물가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없앴던 회의가 4년 만에 부활됐다. 정부 대책은 정부비축 물자 공급과 가격 감시활동의 두 축이다. AI 확산 여파로 급등한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한다. 설을 앞두고 고등어, 명태 등 정부비축 수산물을 집중 공급한다. 봄배추도 4월 중순 이전에 조기 출하한다. 뒤늦은 대책이지만 시늉에 그쳐선 안 된다. 확실하게 실행해 물가 오름세 심리가 다른 데로 확산하지 않도록 조기 차단해야 할 것이다.

가격담합과 사재기 등 유통 과정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와 단속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이득이 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일에 정부가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의 식료품과 주거비용이 비싼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적어도 명절 때 보통사람들로 하여금 호주머니 형편 걱정 없이 차례상을 준비하도록 생활물가를 관리하는 게 정치와 정부의 존재 이유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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