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로 展

▲ ❶무제, 코튼 위에 유채, 91×72.5㎝, 1956 ❷고원에서 MXVI-1110, 리넨 위에 아크릴릭, 227×182㎝, 2016 ❸회화 M.15, 리넨 위에 혼합재료, 146×106㎝, 1963 ❹균열 80-320, 리넨 위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162×130㎝, 1980
인왕제색도를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을 예찬했다. 눈을 뜨면 평창동 인왕산 자락이 보이는 곳에 살며 자연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그의 작품을 두고 사람들은 ‘무위無爲의 경지에 도달한 완숙한 추상회화’라고 평했다.

윤명로 화백의 화업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윤명로, 그때와 지금’ 전시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 같은 여운을 주는 추상화, 즉 한국적 추상회화가 걸어온 길을 재조명한다.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터치, 툭툭 쳐나간 갈필법 같은 한국화 특유의 기법으로 한국적인 추상화를 완성한 윤 화백은 겸재가 진경산수로 자신의 정체를 확인했던 것처럼 1970년대 개발초기의 평창동, 자신의 뿌리를 예찬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고 있다.

1956년 대학시절 유화를 그렸던 윤 화백은 1960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지속적으로 판화작업을 했다.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국전 중심의 한국 화단에 반기를 들며 미술가협회도 창립했다. 덕수궁 담벼락에 획기적인 전시를 주도하며 큰 이슈를 낳기도 했다. “풍경화와 인물화가 국전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그 모습을 참지 못해 ‘덕수궁 벽전’ 전시를 기획했다.”

1968년에는 한국판화가협회를 창립했다. 1969년에는 미국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프랫그래픽센터에서 1년간 판화를 공부했다. 이때의 판화들과 초기작, 2013년 회고전에서 보지 못했던 작품과 신작까지, 60여점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겸재예찬’ ‘익명의 땅’ ‘얼레짓’ ‘균열’ 등의 연작을 보면 그가 어떻게 한국 미술계에 큰 획을 그려왔는지 엿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폭력과 외설, 잡다한 재료와 저속한 생산물, 첨단과학에 의해 온갖 이미지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을 상실하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사상은 불멸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그가 아침마다 바라보는 인왕산 바위처럼 묵직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윤 화백.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전시는 3월 5일까지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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