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닭띠 기업인들

▲ 닭띠 해, 우리 경제는 계속되는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1월 28일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예로부터 닭띠 인물들은 의리가 있고 섬세하며 선견지명과 총명이 뛰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의 닭띠 CEO는 모두 93명에 달한다. 오너 CEO는 8명이다. 눈길이 가는 6명의 닭띠 CEO들을 통해 새해 우리 경제의 희망을 읽어본다.

닭띠 새해가 걱정거리를 잔뜩 실은 채 벌써 한달 가까이 항해했다. 계속되는 내수부진과 경기침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AI) 등등 갖은 악재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1945ㆍ1957ㆍ1969년생 닭띠 기업인들이 활로를 보여 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구본무(72) LG그룹 회장은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창업 70년, 위기를 넘어 영속의 토대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LG그룹은 1월 5일 창업 70주년을 맞았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는 의미가 없다.” “고객만을 바라보며 창업정신을 되새기자.”

지난해는 그에게 무척 힘든 한해였다. 주력 계열사 LG전자가 TVㆍ생활가전에서는 선전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최악의 실적 부진(영업손실 1조2000억원대 추산)을 겪었다. 그의 새해 반전 카드는 고급 가전, 올레드(OLED), 고부가가치 기초소재, 자동차 부품 등이다. 이를 위해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단독 CEO로 앉혔고, 동생 구본준 부회장에게도 더 많은 역할을 맡겼다.

지난 12월 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의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2월 27일엔 재계 1호로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제출했다. 오너 4세 구광모(39) LG 상무에 대한 특별한 승계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그는 올해 취임 22년째를 맞았다.

4년 임기 중 거의 절반을 채운 박성택(60)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여전히 중소기업 키우는 일에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 330만 중소기업을 이끄는 경제단체 수장이라 ‘중통령(중소기업대통령)’이란 얘길 듣지만 늘 “해 달라”며 다닌다. 주요 카운터파트인 전경련이 해체 위기를 겪고 있어 입장 재정리가 불가피해졌다.

최근 그가 던진 몇몇 메시지에서 그런 상황 변화가 감지된다. 1월 12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경제 패러다임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옮기자”고 역설했다. 그는 “일자리가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선순환 경제의 출발점”이라며 그같이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새해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독립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제인에 대한 특검 수사 최소화와 조속 처리도 주장하고 나섰다. 닭띠 새해 신년사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던 그는 1월 3일 새해 첫 행보로 인천시 도화동 소재 중소부품제조업체 ㈜이랜시스 방문을 택했다. 여기서 그는 “스마트공장 확산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닭띠 새해를 맞는 김홍국(60) 하림그룹 회장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닭띠인데다 닭에서 출발해 오늘날 하림그룹을 축성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가 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우기 시작했고 이리농고 시절 자신이 설계한 양계장에서 닭 1000마리와 돼지 30마리를 키우기도 했다. 지금은 축산ㆍ유통ㆍ물류업체 등 계열사 58개를 거느린 자산 10조원 규모의 하림그룹(재계 순위 28위)이 됐다.

2015년 1조원 상당을 들여 팬오션을 인수했고, 지난해엔 4500억원으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를 사들였다. 평소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해 온 그는 새해 글로벌 농식품그룹으로 도약하는 꿈을 꾸고 있다. 간편식 등 가공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조미식품과 쌀 가공식품, 일반 가공식품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걱정거리 숱하게 많은 정유년

병아리에서 출발해 농식품그룹을 축성한 하림 특유의 ‘도전의 역사’를 새해에도 써 나갈 방침이다. 2014년 국제경매에 나온 나폴레옹 모자를 일본인과 경쟁 끝에 26억원 상당에 사 들인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그는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이갑수(60) 이마트 사장은 지난 연말 사장 승진과 함께 거대 유통업체 이마트의 단독대표가 됐다. 신세계는 결재 라인 단순화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공동대표 체제를 단독대표 체제로 바꾸었다. 1982년 신세계에 입사한 그는 35년 신세계맨으로 이마트에서만 19년간 한 우물을 팠다. 책임이 중해진 만큼 닭의 선견지명과 총명이 새해 이 사장에게 더욱 필요해졌다.

그는 점포 수 확대에 기반을 둔 외형 확장, 기존 점포의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기를 잡아야 한다. 날로 유통 전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1위’ 자리도 지켜야 한다. 경기침체로 성장 정체에 직면한 대형 할인점에 성장의 날개를 달아줘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이 사장은 피코크, 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PL) 분야에서 더욱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창고형 할인마트인 트레이더스나 온라인 이마트몰 등 신규 유통채널 부문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방침이다.

가삼현(60)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표적인 영업전문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심각한 일감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그를 사장으로 승진시켜 영업 책임을 맡겼다. 회사가 존립 위기를 겪는 가운데 그를 영업 총력체제 구축의 전위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닭의 선견지명과 총명을 잘 활용해 영업 실적을 내면 장래에 더 큰 역할을 맡아 가는 징검다리를 만들 수도 있다.

충남 태안 출신인 그는 인천고ㆍ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지난 198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최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1993~2009년)을 맡게 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 국제부 부장, 대외협력국장, 사무총장 등의 특이한 경력을 쌓게 됐다. 정몽준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복귀했다. 선박해양영업본부 상무, 전무를 거쳐 2013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두산그룹 4세 오너 경영인인 박태원(48) 두산건설 부회장은 박두병 초대 회장의 4남인 두산연강재단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8월 두산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옮긴 뒤 10년 넘게 두산건설에서 근무 중이다.

닭띠 기업인이 활로 모색해야

닭띠 새해에 그에게는 회사 실적 회복이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연결 자료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5년 매출 1조1852억원에 영업손실 1278억원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당기순손실도 무려 520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엔 3분기 누적매출 9075억원에 영업이익 286억원을 냈고 당기순손실도 1411억원으로 줄였다.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오산고ㆍ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우리 나이로는 올해가 40대 마지막으로 한창 왕성하게 일할 나이다. 닭띠 오너 4세 CEO인 그가 닭띠 해에 더욱 선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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