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또다른 위기 건설

올해 건설업계 불황을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부동산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면 또다시 규제를 줄이고 주택 발주를 늘릴 텐가. 가계부채는 또 어쩔 텐가. 결국 되돌이표다. 백년을 내다보는 부동산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 건전한 건설ㆍ부동산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기 정책보다는 장기 정책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2017년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전년 대비 8.2% 감소” “2011년 이후 주택가격 급등해 정부 가계부채 관리 나서” “공공 토목수주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 예상” “2017년 국내 건설 수주 전년 대비 13.6% 감소한 127조원 전망”…. 지난해 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17 건설 부동산 경기 전망’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올해부터 건설업계에 한파가 불어 닥칠 거라는 얘기다.

건설업계를 향한 증권업계의 우려도 결코 작지 않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에서 규제강화로 전환, 부동산시장은 점차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 어떻게 될까. 김열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와 전세난으로 지난 2년간 상승하던 주택시장이 지난해 11월(11ㆍ3 부동산대책)부터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위험도가 더 커지면 주택시장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설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요인을 보고 투자하라고 결론짓는다. 눈여겨볼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라 건설업황도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에만 초점을 맞추면 건설업계는 정부 입만 쳐다보는 천수답 산업이 될 수 있고, 반대로 가계부채와 집값만 잡으려 하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때문에 적절한 부동산정책을 통해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시장을 견인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너무 과열되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게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가계부채를 적절한 선에서 조절,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약 2년간 경기부양에 집중했다. 2013부터 2014년까지 조세ㆍ금리ㆍ청약ㆍ거래 등 모든 부분의 혜택을 주면서 규제를 줄였다. 2015년엔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해 전세 수요자들을 신규분양 시장으로 몰았다. 덕분에 2015년 국내 주택은 신규아파트 기준 사상 최대치인 약 51만8000호가 공급됐다. 건설 경기도 탄력을 받았다. 당시 전체 수주 규모는 158조원으로 전년 대비 46.9% 늘었다.

극과 극 오가는 부동산정책

반면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었다. 올해 안에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그러자 곧바로 정부는 돈줄 죄기에 나섰다. 2015년 7월 신규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11월엔 분양권 전매를 규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정책만 14번에 달하지만 위험요소만 키워놓은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현상만 좇는 오락가락 정책이 건설업계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린다는 거다. 현재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으로 수혜를 봤던 건설업계는 규제정책으로 위축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위축되고 있으니 다시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게 아니다. 사실 건설업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2014년 11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을 전부 빚 갚는데 써도 이자조차 못 내는 일명 ‘좀비’ 건설사가 2012년 26.3%에서 2013년 41.4%로 급증했다. 건설업계 절반가량이 좀비기업이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해 7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29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2016년 1분기 기준)한 결과에서는 27곳이 좀비기업 수준이었다.

결국 일찌감치 정리했어야 할 좀비 건설사들이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으로 좀 더 연명했고, 건설업계의 파이 나눠 먹기가 전체 건설업계 수익구조를 더 나쁘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친 결과다.

더구나 막대한 가계부채와 건설업계의 부채 때문에 정부의 대응 전략도 마땅치 않다.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경기가 좋지 않자 해외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증권업계에선 해외건설을 통한 기업실적 개선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건설업황 개선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주택건설 수주가 전체 건설사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주택건축 수주 규모는 64조4000억원으로 전체 건축 수주 규모(107조4000억원)의 59.9%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외건설 비중은 높지 않다. 현대건설만 해도 해외 주택건설 비중은 전체 주택건설의 21%에 불과하다.

출구 꽉 막힌 건설업계

게다가 해외건설 진출은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얘기일 뿐, 1만1583개(2017년 1월 17일 건설업체 기준)에 달하는 전체 건설업계로 보면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시장도 중동과 아시아 지역 외엔 폭넓게 진출하지도 못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이익이 많이 남는 것도 아니다. 현지 인력을 사용하고 나면 부가가치를 남기기 어렵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 설계 분야는 여전히 건설업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가 손을 놓으면 건설업계가 빠져나갈 출구가 없다는 거다. 현상에 따른 단기 처방이 아닌 건설업을 위한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시장 전체를 보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주먹구구식 정책이 나오니 효과를 못 보는 것”이라면서 “명확한 컨트롤타워를 세워서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부동산정책을 내놓을 때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어수선한 정치상황에서는 공허한 메아리다. 다만 차기 정부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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