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20대 사회초년 간호사의 재무설계

사회초년생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가 있다. 갑자기 소득이 생기면서 소비와 지출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은 ‘직장생활이 자리를 잡으면’ ‘생활이 안정되면’ 소비와 지출을 잡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 사회초년생은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소비와 지출을 관리해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 수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서울살이’의 어려움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물가와 비싼 주거비는 서울살이를 매섭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실제로 서울의 물가는 2010년에 비해 크게 뛰어 올랐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물가지수를 100으로 볼 때 지난해 물가는 110.93으로 5년 전에 비해 10.93%나 상승했다.

주거비가 비싸다보니 부채도 많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 가구의 평균 부채는 9671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6655만원보다 1.45배 많았다. 특히 부동산 임대보증금을 위해 진 빚이 많았다. 서울 가구의 임대보증금 부채는 4266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1968만원의 2.16배에 달했다. 그만큼 서울살이가 팍팍하다는 얘기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김지연(가명ㆍ24)씨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서울에 올라온 지 7개월째에 접어든 사회초년생이다. 김씨는 함께 일하는 간호사 동료와 재테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큰 충격을 받았다. 비슷한 또래임에도 큰 자산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테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우선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김씨의 월 소득(실 수령액 기준) 254만원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직장 근처에 장만한 월세 40만원, 관리비ㆍ세금 8만원, 통신비 7만원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식비와 용돈을 50만원, 생필품ㆍ의류비 10만원, 교통비 5만원 그리고 부모님 용돈으로 30만원을 지출한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보장성 종합보험 13만원, 연금저축보험 20만원, 시중은행 적금 15만원 등이 나간다. 이에 따라 김씨의 한달 지출은 198만원, 잉여자금은 56만원이다. 하지만 자산은 적금을 포함해 2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알게 모르게 나가는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잉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초년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부분 직장생활이 안정을 찾고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재무설계를 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사이 잘못된 소비습관으로 쌓인 카드빚을 갚는데 급급해지기 때문이다.

소비와 지출에 관한 습관은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김씨는 소비 지출 중 과도하게 사용하는 용돈과 식비를 줄이기로 했다. 될 수 있으면 직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외식을 줄여 한달에 15만원을 줄이기로 했다. 또한 무의미하게 모으고 있는 시중은행 적금은 해지하기로 했다.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낮은데다 금액도 많지 않아 목돈을 모으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항목의 소비를 줄여 김씨의 잉여자금은 월 56만원에서 86만원으로 30만원 증가했다. 이제 자산의 활용방법이다. 사회초년생에게 적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데다 적금을 통해 돈이 쌓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다. 게다가 강제적인 저축으로 소비 습관도 개선할 수 있다.

사회생활 초기부터 소비습관 잡아야

김씨는 월 40만원을 금리 3%대의 저축은행 적금에 넣기로 했다. 사회초년생에게 꼭 있어야 할 주택청약종합저축(월 2만원)에도 가입해야 한다. 주택청약은 임대주택청약이나 내집 마련에 꼭 필요한 통장이다. 김씨는 아직 나이가 어려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가입했다.

기존에 가입한 연금저축보험은 투자성향이 높은 연금저축펀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씨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근무해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를 통해 퇴직금과 노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저축과 투자를 함께 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가 더 적합하다. 대신 다른 투자형 금융상품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향후 필요한 비상금과 비정기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매월 14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적금과 잉여자금을 모아 마련한 200만원도 CMA로 관리할 계획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산형성은 변액적립보험(월 20만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다 목돈이 필요할 경우 중도인출 기능을 활용하면 기존 적금이나 보험을 해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도 해지 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높은 사업비의 영향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김씨의 재무설계에서 제일 먼저 우선돼야 할 것은 주거비를 낮추는 것이다. 월 40만원에 달하는 돈이 주거비로 사라지는 것은 매우 아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를 활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물론 목돈이 없는데 어떻게 전세를 마련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 전세 이자를 부담하고 전세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받아 상환하는 것이 월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김씨도 월세 계약이 끝나는 대로 은행 대출을 활용해 전세로 옮기고 남는 잉여자금을 적금이나 적립형 펀드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살이의 관건이 주거비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홍성철 한국경제교육원 연구원 blog.naver.com/gonygo3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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