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수학이 아닌 감정에 무너진 자본주의

경제적 세계관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경제는 언제부턴가 우리의 행복과 자유를 관장해 거역할 수 없는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세계에는 부富가 넘쳐날까. 지금의 불안정한 경제 현실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인간 탓일까.

 
수십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현대의 경제 위기를 논리와 수학으로 해명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오작동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의 마음과 정신에 있다. 저자는 경제를 소파에 눕히고 경제의 심리를 분석했다. 경제가 과도한 경쟁심과 공격성을 주입받아 심리적 결함을 갖게 됐고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는 무엇을 희망하고 무엇을 두려워할까. 어떤 선입견이 경제의 합리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칠까. 이런 물음을 통해 저자는 경제가 다섯가지 정신질환을 겪고 있음을 알아냈다. 첫째는 현실인식 장애다. 이는 배부른 상태에서도 허기를 느끼게 해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한다. 둘째는 공포증이다. 경제는 건강, 식량, 재정,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어떤 세력이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는 조울증이다. 경제는 경기가 좋을 때엔 전능함을 과신하지만 저성장에 진입하면 패닉에 빠진다. 넷째는 충동조절 장애다. 경제는 과감성, 모험성 등으로 투자자를 자극해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욕망을 이루려 한다. 다섯째는 성격장애다. 경제는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교육을 실시한다. 인간성, 이타주의, 건강한 이성 대신 이기주의, 금전숭배, 권력의지, 비양심을 주입해 경영자들을 자본주의의 도구로 만든다.
▲ 경제는 거역할 수 없는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됐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책은 경제가 앓고 있는 이런 정신질환의 원인을 신화에서 찾았다. 그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신화는 릴리스 신화다. 히브리구전에 나오는 릴리스는 아담의 첫번째 아내이자 이브보다 먼저 창조된 최초의 여성이다. 아담과 평등하게 창조된 릴리스는 아담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에덴동산을 뛰쳐나왔다. 릴리스는 자유를 얻은 대가로 신의 저주를 받았다. 매일 아기를 낳고 갓 태어난 아이의 피와 영혼을 먹고 죽이는 일을 되풀이하는 무시무시한 저주였다.

저자는 릴리스 신화에서 영원한 허기와 소비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의 모습을 발견했다. 자유는 시장경제의 최고 원칙으로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줬지만 수많은 위기의 원인이 됐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이런 문제를 심리적 접근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성장 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도 제시한다. 어렵지만 읽어봄직한 책이다. 

세가지 스토리

「안목」
유홍준 지음 | 눌와 펴냄

안목眼目은 글자 그대로 ‘알아보는 눈’이다. 안목이 소중한 이유는 알아보는 이가 없으면 탁월한 작품도 외로이 잊히기 때문이다. 유홍준 교수가 불상ㆍ건축ㆍ백자ㆍ청자 등 다양한 주제로, 각기 다른 눈으로 한국미의 탁월함을 꿰뚫어 보았던 역사 속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남긴 말과 글을 통해 안목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미美를 대해야 하는지 이해를 돕는다.

 
「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예담 펴냄

‘자유’는 가장 흔하게 거론되지만 알고 보면 가장 큰 호사다.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한 것, 나답게 살기 위해 기꺼이 세상과 맞서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책임과 통제, 자기규율이 전제돼야 한다. 저자는 사회와 자신의 환경을 돌아보고, 세상의 시선과 스스로에게 지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위대한 멈춤」
박승오ㆍ홍승완 지음 | 열린책들 펴냄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전환점’이라는 한 사건이 아니라 ‘전환기’라는 실험과 성찰의 기간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의 급선회’라는 환상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획기적인 사건이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인생을 바꿀 수 없다는 거다. 전환기는 목표나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지금까지의 삶을 재점검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간이라고 말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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