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봄은 언제 오나

입춘이 지나고 봄이 머지않았지만, 경제는 한겨울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채소와 식품류 등 생활물가가 치솟았다. 졸업 시즌인데 취업한 대학 졸업예정자보다 도서관과 고시촌에서 밤을 지새우는 취업준비생이 더 많다. 조선ㆍ해운 등 산업현장에는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들이 부지기수다. 이 모두가 우리네 삶에 고통을 안겨주는 핵심 요인들이다.

▲ 4월 벚꽃 대선 후보로 20여명이 거론된다. 민심을 얻으려면 국민의 체감고통을 덜어주는 실용주의 공약을 내놔야 한다.[사진=뉴시스]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여러 분야 지표가 많지만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양대 지표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꼽힌다.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해도 물가가 크게 오르고 실업자가 양산되면 국민의 고통은 커지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이들 지표를 활용해 ‘경제고통지수’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의 합에서 국민소득 증가율(경제성장률)을 뺀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것으로 고통지수가 높을수록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높아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도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부 공식통계(물가상승률 1.0%ㆍ실업률 3.7%ㆍ성장률 2.7%)로 산출하면 2.0으로 얼핏 높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보통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무려 23.7. 정부통계로 산출한 수치의 12배나 된다. 체감 물가와 실업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물론 성장률까지 정부통계와 체감지수의 차이가 큰 탓이다.

체감 물가상승률(9.0%)과 체감실업률(11.4%) 모두 정부통계보다 나빴다. 심지어 한국은행이 플러스로 발표한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3.3%)로 체감했다. 체감지표로만 보면 성장이 마이너스인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다.

체감고통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서, 연령대론 20대와 고령층에서,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에서 컸다. 이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체감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체감물가를 낮추려면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에 더 노력해야 한다. 정부 비축물량을 농축수산물 수급에 맞춰 제때 공급하고 유통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어느 국가든 경제성장을 중시하지만, 국민은 성장률 수치만 먹고 살 수 없다. 실질소득이 늘어야 생활이 윤택해지므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낮게 유지할수록 좋다. 국가별 또는 한 국가에서 정권별 국민생활을 비교할 때 ‘경제업적지수’를 활용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가 제시한 개념으로 분모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 분자를 실질경제성장률로 놓고 산출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성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헌법체제의 역대 정부 실적을 보면 김영삼,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순서다. 지난해까지 박근혜 정부 4년의 업적지수는 63.2로 이명박 정부(43.0)보다야 높지만 이전 5개 정부 평균(76.5)에 한참 못 미친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모두 연평균 실질성장률은 2.9%로 같은데, 박근혜 정부의 물가상승률이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인 0~1%대 이명박 정부(2~4 %대)보다 낮아 업적지수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악화된 체감물가를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민생활이 훨씬 팍팍해진다.

헌법재판소의 3월초 탄핵심판에 이어 4월 벚꽃 대선 일정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이 달아올랐다. 자천타천 대권 후보가 거의 스무명이다. 경제고통지수와 경제업적지수에서 보듯 실업공포와 물가앙등 등 국민의 체감고통을 덜어주는 실용주의 공약이 절실하다. 중산층 이하 계층의 주거ㆍ교육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정책도 긴요하다. 입으로만 민생을 거론해선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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