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고졸 20대 여성의 재무설계

▲ 결혼계획이 없는 미혼은 재무설계를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사회 초년병 시절, 열에 아홉이 실수하는 게 있다. 누군가의 청을 못 이겨 ‘비싼 보험’에 가입하는 거다. 이렇게 가입한 보험은 대부분 ‘내꿈’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년 갱신’ 등 특약에 발목이 잡혀 적립액이 감소하거나 보험료가 되레 상승한다. 내 재무를 재설계할 때 ‘보험’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꿈 많고 혈기왕성한 20대는 열심히 목표를 세운다.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것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이다. 하지만 불안한 현실은 종종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 남들 하는 대로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범한 가정을 일구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목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게 아닌 상황이 됐다. 고용은 불안하고, 금리는 한없이 낮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이야말로 ‘큰일’이다.

전남 강진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열아홉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온 고은아(27)씨. 그는 대기업 계열사의 총무파트에 입사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20대의 반을 보냈다. 알뜰살뜰히 모은 돈으로 무사히 대학을 졸업해 공부를 향한 열망을 해결했으며, 최근엔 작은 원룸도 하나 얻었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월세를 탈출해 전세 7000만원짜리 보금자리를 마련한 거다. 그런 그에게 최근 고민 하나가 생겼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주머니 사정이 바로 그것이다.

고씨의 꿈은 공방이 딸린 작고 예쁜 카페를 하나 갖는 것이다. 짧게는 8년, 길게는 13년 안에 꿈을 실현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몰라 걱정이다. 일찍부터 경제활동을 하긴 했지만 이미 학비로 많은 돈을 지출했고,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도 많다. 과연 꿈을 위한 준비를 할 수나 있을지 그는 고민이 많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고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그의 월소득(실제 수령액)은 280만원이다. 이중 공과금과 식비, 인터넷통신비 등 생활비로 45만원을 지출한다. 휴대전화요금과 교통비 지출은 각각 6만원과 15만원. 매달 어머니께 용돈 30만원도 보내드린다. 경조사비를 포함한 비정기지출은 20만원 정도 든다. 머리를 하러 가거나 ‘나’를 위해 쓰는 개인 용돈은 30만원 안에서 해결한다. 여기까지가 146만원이다.

지난 8월 가입한 종신보험료(실비특약 포함)는 25만원씩 빠져나간다. “세액공제도 되고 연금도 되는 풀보장성 보험”이라며 자꾸 가입을 권하는 보험설계사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적지 않은 돈인데도 덜컥 가입을 하고 말았다. 목돈 마련을 위해 A은행에 고정적으로 저축하는 금액도 100만원이다. 이렇게 한달을 보내면 고씨에게 남는 돈은 9만원이다.
고씨는 옷도 보너스 탈 때나 조금씩 산다. 이처럼 알뜰하고 현명한 지출을 하는 것 같은 고씨의 가계부지만 거기엔 분명한 문제가 있다. 옥에 티는 바로 보험이다. 재무설계에서 보험의 보장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저축을 하더라도 덜컥 큰 병이 나면 애써 모은 목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는 것도 보험이다. 현재 결혼 계획이 전혀 없는 고씨의 경우 특히 그럴 위험이 크다.

그는 홀로 남을 어머니를 생각해 사망보험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종신보험을 들었다. 하지만 특약에 문제가 있었다. 모든 수술과 입원 특약이 3년 갱신으로 설정돼 있어 적립액이 감소하거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연말정산에서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설계사의 잘못된 상품 소개가 불안정 판매로 인정돼 다른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고씨와 같은 미혼여성에겐 종신보험상품이 보상자산으로 유용하지 않다. 대신 암ㆍ뇌ㆍ심장질환에 진단비, 수술비를 중복 보장받을 수 있는 보장성 건강보험(8만원)과 실손보험(2만원), 1억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이 보장되는 정기보험(4만원)을 권했다. 25만원의 보험료를 14만원으로 줄인 거다. 그 결과, 기존 9만원에 11만원(25만원-14만원=11만원)을 합쳐 월 2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공방이 딸린 카페’를 만들고 싶은 고씨는 이 돈으로 미니어처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짧게는 8년 안에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려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미니어처 학원은 그 첫걸음이다.

다음 과제는 월 저축액 100만원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다. 일단 주택청약과 연금보험을 들었다.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아 주택청약을 들지 않았다는 고씨. 하지만 앞날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청약통장(5만원)은 일단 갖고 있는 게 좋다. 혹시 모를 변수를 위해 B저축은행에 40만원도 저축하기 시작했다.

결혼계획이 없어 노후가 더욱 중요한 그에겐 연금보험도 필요하다. 카페를 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면 노후연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고씨는 세액공제가 되는 연금저축(20만원)과 투자를 위한 채권형 펀드(20만원)에도 가입했다. 펀드는 미국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두고 미국금리연동 채권형 펀드로 선택했다. C증권의 RP형 CMA(15만원) 통장도 개설했다.

고씨는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더 열심히 살 작정이다. 재무설계는 그의 꿈을 실천하는데 보다 현실적인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재무적인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보이지 않는 변수를 계산해 꿈에 대한 큰 그림을 하나씩 완성해가는 것. 그것이 청춘을 담보로 열심히 살아온 보상인 셈이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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