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변수❶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가 내건 강력한 보호무역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보호무역에는 규칙이 있다. “미국 소비자는 자국 제품을 사고, 미국 기업은 자국민을 고용하라”는 거다. 하지만 이 규칙은 모순이 있다. 싼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막으면 물가상승 탓에 자국민이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보호무역이 아니라 트럼프의 입이 문제’라는 말이 쏟아지는 이유다.

“새로운 비전이 미국을 다스릴 것이다. 그 비전은 ‘미국 우선주의’가 될 것이다. … 우리는 함께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 것이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했던 말의 일부다. 이날 외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무역전쟁을 선포한 거나 다름없다.”

세계 자본은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1월 20일 1트로이온스당 1204.30달러에 거래되던 금은 23일 1215.00달러에 거래됐다. 달러화 가치는 떨어졌다. 시장이 덜덜 떨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명확한 정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주요 정책방향을 게시해 놨다. 보호무역주의가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문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어디까지 현실화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조차 경험을 통해 보호무역이 자신들에게 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강력한 보호무역을 현실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다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리스크 변수에서 제외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강한 보호무역은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입품에 관세를 붙이면 물가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자국민에게 싸게 살 수 있는 소비재를 비싸게 사라고 하는 게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되겠는가. 해당 소비재를 대체할 수 있으면 모르지만 ‘세계의 분업화’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제품의 대체는 어렵다. 다만 자동차산업은 미국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강한 보호무역은 트럼프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지적이 많다. 세간의 우려처럼 ‘무역전쟁’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리스크가 더 커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일자리와 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자국 내에서 반발심이 생겨 트럼프 정권이 4년 이상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면 해소되지 못한 미국인들의 불만은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리스크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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