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안철수에 묻다
안철수가 안철수에 묻다
  • 이윤찬 기자
  • 호수 4
  • 승인 2012.08.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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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숨겨진 생각」

▲ 안철수 원장은 선한 이미지다. 하지만 그는 선함과 악함은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움직인다. 대권을 향해서다. 환호와 비판이 공존한다. 한편에선 국민 멘토가 대권 시동을 걸었다며 환호한다. 다른 한편에선 정치판의 신데렐라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린다. The Scoop가 안철수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안철수가 안철수에게 물었다’이다.

모두가 똑같이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두고 말이다. “그는 100% 학자 스타일이다.” 안 원장 자신도 인정했다. “나는 100% 학자 스타일이다.” 이런 얘기도 남겼다. “나에게 사업이라는 말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안 원장은 묵묵히, 조용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모범생처럼 누가 보든, 그렇지 않든 규칙을 어긴 적도 거의 없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카이스트 교수 시절 새벽까지 연구실에 있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안 원장의 회상이다. “인적이 없는 도로의 건널목에 홀로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상상하는 모범생, 반듯한 학자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 그가 ‘진흙탕’으로 불리는 정치판에 발을 담그려 한다. 그것도 그냥 정치판이 아니다. 폭주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질주해야 하는 대권게임이다. 권위적인 리더십에 식상한 이들은 환호를 보낸다.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면서. 반대로 ‘정치판의 신데렐라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환호하는 사람들에게도 타당성이 있고, 반대하는 이들도 그럴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정치적 견해는 다양할수록 좋다.

모범생과 정치인 사이에서

문제는 안 원장의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색깔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최근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이 전부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선 ‘안철수가 더 무섭다’고 말한다. 어떤 정치를 펼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정치든, 경제든 불확실성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안 원장의 속내를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그가 지금껏 쓴 책을 샅샅이 훑어보는 거다. 책 속엔 그의 생각이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우회적으로 표현돼 있다. ‘책벌레’인 그가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The Scoop는 ‘안철수의 자문자답(自問自答)’을 준비했다. 안철수가 안철수에게 묻는 방식이다.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안철수 경영의 원칙」 「안철수의 생각」 등 그가 직접 저술하거나 강연한 내용을 담은 책을 참고했다. 언론 인터뷰 내용도 짚었다. 주체는 ‘의사 안철수’ ‘대권후보 안철수’로 표기했다. 아직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안 원장의 행보가 ‘대권’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해 보여서다. 그가 대선출마를 포기하더라도 안 원장의 정치관·경제철학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 질문과 답은 존댓말로 구성했다. 안 원장의 화법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의사 안철수(이하 의사)] 당신은 학자 스타일입니다. 당신을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했죠.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험난하기 짝이 없는 정치판에 왜 뛰어들려고 하는 겁니까.

[대권후보 안철수(이하 안철수)] “세상에서 나 자신에 대해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땐 갈등과 선입견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감히 충고한다면, 자기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단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의사] 시도라?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팔색조처럼 빠르게, 그리고 쉽게 변신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 아닙니다. 의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할 때도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까.

[안철수]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했을 때 제가 제일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영학 공부를 2년 동안 했는데, 준비가 덜 돼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고 남이 도저히 해줄 수 없는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합니다. 새로움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태도는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의사] 대통령이 되는 게 당신이 꼭 해야 할 일이고, 남이 도저히 해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겁니까.

[안철수] “제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힐 만큼 높은 지지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의사] 무엇을 남기려고 정치판에 뛰어들려 하는 겁니까.

[안철수] “제가 갖고 있는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영어 표현으로는 ‘Make a difference’죠. 제가 존재했을 때와 존재하지 않았을 때, 후세에 뭔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다든지, 뭔가 바람직한 제도가 생긴다든지, 또는 제가 만든 조직이나 일이 남는다면 제가 살았다는 흔적이 남는 거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가장 중요합니다.”

누군가는 안 원장이 우유부단하다고 말한다. 적절한 출마시기를 조율하기 위해 ‘간’을 보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정치공학적인 분석에 불과할 수 있다. 그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말이다.

안 원장은 무척 꼼꼼하다. 한 단계를 대충 뛰어넘어 다음을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제를 대할 때마다 개론에서 출발해 각론을 섭렵한 후 핵심에 다가서는 스타일이다.”

판단 속도가 느리면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다. 신중한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장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선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한 국가를 이끌어야 하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반박할 것 같다. “나는 영리하고 빠른 조직과 느리더라도 건강한 조직 중 하나를 택하라면 후자를 택하겠다.” 그의 신중함은 강점일까, 약점일까.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적응해야”

[의사] 당신은 학창시절부터 한 과제를 제대로 끝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어요. 국가를 운영할 때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안철수] “속도가 강조되는 세상이지만 경계해야 할 게 있어요. 속도의 중심축에는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가 있어야 해요. 자기가 세운 기준에 충실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다. 안 원장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원칙을 지키면 업무상 자율을 보장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

[의사] 당신에게 원칙은 무엇입니까.

[안철수]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의사] 약속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까.

[안철수] “네.”

당황스런 답이다. 약속을 어긴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떻게 있단 말인가. 하물며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데 말이다. 안 원장의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누군가 안 원장에게 물었다. “회사 사정 때문에 약속을 어긴 적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안 원장은 주저 없이 답했다. “그런 적 없는데요.” 안 원장의 회상이다. “이 말은 진실이었다. 상대방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우 항상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거다. 나의 대답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의사] 정치판에는 수없이 많은 거짓말이 난무합니다. 오죽하면 ‘정치는 거짓말’이라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당신은 그럴만한 성격이 못됩니다.

[안철수] “원칙(약속)을 지키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핵심 가치’가 바로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회사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칩시다. 이때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해 핵심 가치를 거슬러야 할까요. 차라리 회사를 소멸시키는 게 옳습니다.”

[의사] 정치판에선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안철수] “개인의 인생이나 조직의 역사에서 중요한 점은 좋은 시기에 얼마나 잘 되느냐가 아닙니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어려움에서 빠져나오면 단기적으론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더 큰 어려움이 올 겁니다.”

“선함과 약함은 다르다”

[의사] 많은 사람이 당신의 성격을 ‘선(善)하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어려움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지 의문입니다.

[안철수] “선한 것과 약한 것은 다릅니다.”

[의사] 어떻게 다릅니까.

[안철수] “선한 것의 반대는 악한 것이며, 약한 것의 반대는 강한 겁니다. 따라서 선하면서
강할 수 있고, 반대로 악하면서 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 원장이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은 부패와 거리가 멀어서다. 그는 자신의 일천한 정치경험을 되레 “장점”이라고 평한다. 나쁜 경험을 오래 하는 것보다 아무런 경험을 하지 않은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부패는 안 원장 자신만이 청렴하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부패는 가족이나 측근을 타고 전염된다. 마지막엔 권력자의 목줄을 조이는 부메랑이 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청렴을 내세우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가족이나 측근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대통령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친형과 측근들이 비리혐의로 잇따라 구속됐다.

경력직 사원, 수습과정 거쳐야

▲ 안철수 원장은 100% 학자 스타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사진은 38세 때의 안원장. 모범생 이미지가 가득하다.
[의사] 대선에 출마한다면 정치적 견해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들에게 ‘논공행상’을 해야 할지 모르죠. ‘비리의 싹’은 이때 트게 마련입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의 CEO 시절, 회사엔 제 친척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와 학연·지연으로 얽힌 사람도 없었죠.”

[의사] 인사청탁을 받은 적은 없나요.

[안철수] “전직 고위관료가 사람을 추천한 적은 있어요.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하기 힘들더군요. 그분에겐 죄송한 일이었지만 거절했어요. 실무자들이 전문성을 살려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런 매는 맞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인사청탁이 들어오면) 제가 거절하고, 매도 제가 맞을 생각입니다.”

[의사] 그럼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얽히지 않은 사람을 옆에 두겠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사람을 무슨 수로 믿습니까.

[안철수] “가치관의 검증은 면접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안철수연구소 CEO 시절엔 경력직 사원이라도 ‘수습과정’을 거치게 했습니다. 수습을 통해 인성을 검증하자는 취지였죠.”

안 원장이 자신의 책에서 밝힌 CEO의 경험을 정치에 적용하면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수습장관을 임명하고 안 원장이 인성과 부패 가능성을 검증한다고 치자. 충격적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CEO와 대통령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과 국가의 규모가 다르고, 책임감의 크기가 달라서다. 구성원의 수도 천지차이다. 안 원장에게 정치경험이 없다는 게 (자신의 주장처럼) 청렴함과 혁신의 근거가 될 순 있지만 통치능력은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의사] 좋은 CEO가 훌륭한 국가 지도자가 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안철수] “조직경험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조직이라면 크기와 상관없이 공통적인 원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원칙만 잘 지키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도 없애야

 
원칙만큼이나 중요한 건 국정운영의 컨셉트다.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그의 정치적 견해를 읽을 수 있다. 안 원장은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은 공정한 기회와 규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 민영화는 반대하고 무상급식은 찬성한다. 아동수당 지원제를 신설하자고 한다. 재원은 증세와 탈세를 막기 위한 징벌적 벌금제로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는 민주통합당과 비슷하다.

안 원장은 “재벌이 지배력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이 기회를 잃는 과정에서 청년은 자기 미래를 재벌기업에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며 “그런 이유로 청년이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에 목숨을 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기업집단법을 제정해 부당한 내부거래와 편법상속을 막을 근거를 마련하자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의사]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비판적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대기업만으로 이뤄지는 경제구조는 대기업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IMF 환란
과 같은 외부의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전문 분야에서 특출 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메우지 못하는 작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잘 형성되면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사] 지금의 납품관행을 볼 때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요원해 보입니다.

[안철수]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시장만 육성된다면 중소기업은 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의사] ‘한국은 기업이 잘 망하지 않는 국가’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기업사정이 어려워지면 망하는 것이 정상일지 모릅니다. 어려워진 기업이 적절한 시기에 정리되는 게 이해 관계자에게, 한발 더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합니다.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안철수] “국내 기업이 망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금융권에서 기업에 대출할 때 대표이사의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입니다.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힘드니 대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기업이 망하면 기업의 빚을 대표가 떠안을 수밖에 없죠. 기업 정리시기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을 끌고 가는 거죠.”

안 원장의 경제철학과 기업관은 진보진영과 비슷하다. 보수진영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논리구조다. 실제로 충돌한다면 그는 어떻게 대응할까. 다른 정치인처럼 욕하고, 삿대질을 일삼을까.

[의사] 당신의 정치적·경제적 색채는 보수진영과 크게 다릅니다. 보수진영의 공세가 점차 강해질 겁니다. 어떻게 대응할 겁니까.

[안철수] “우리가 공격하면 상대방은 자신을 변호하기 마련입니다. 사납게 몰아붙일수록 상대방은 그보다 더한 태도로 반격해 옵니다. 그러면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서로의 감정만 격앙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사] 의도적으로 싸움질을 할 때가 있는 정치판에서 그게 가능할 것으로 봅니까.

[안철수]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합리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 안철수 원장은 7월 20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대권행보가 본격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안 원장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남들과 큰 소리를 내면서 싸운 적이 없다. 되레 “남들을 설득하느라 힘을 뺀 기억이 많다”고 그는 털어놨다. 지금부턴 다르다. 정치는 경쟁자의 폐부에 비수를 꼽는 데 익숙하다. 사생활을 들추고, 아픈 곳은 더 아프게 찌른다. 기성 정치인들은 이런 행태에 익숙하다. 자신이 ‘저격수’라고 불리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도 많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설문조사 전문업체 글로벌리서치가 7월 24일 전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안 원장의 지지율은 49.9%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42.5%)보다 높았다. 이런 결과는 안 원장 개인사(史)에 대한 경쟁자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을 예고한다.

실제로 박근혜 캠프의 ‘안철수 때리기’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7월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은) 어린왕자의 얼굴을 한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안 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안 원장의 군입대(1991)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다. 안 원장은 2009년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입대 후 내무반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족한테 군대 간다는 말을 안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하지만 안 원장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군대 가는) 기차를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척 섭섭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말을 들으면 ‘가족에게 말도 없이 군대를 갔다’는 안 원장의 말은 거짓이다. 안 원장 측은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사소한 논란이다. 하지만 안 원장으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가족 이야기인데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거짓말 논란’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이처럼 말초신경을 마비시키는 힘이 있다.

[의사] 각종 의혹제기가 거듭된다면 당신은 모욕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안철수] “일일이 대응하면 오히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식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국가를 흔들 만큼 큰 규모의 사건이 아닌 다음에는 시간을 두고 기다릴 겁니다.”

[의사] 대선판도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사소한 의혹 하나에도 판도가 변하기 십상입니다. 기다림은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안철수] “시간은 원칙을 가지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자입니다. 반대로 위선적인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적이 되곤 하죠. 시간이 지나면 왜곡된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의사] 대권행보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안철수]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입니다. ‘차가운 머리’는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말합니다. ‘뜨거운 가슴’은 자신과 미래에 대해 열정과 믿음을 가지는 마음가짐입니다.”

[의사] 모든 선거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지지율이 높지만 실제 선거에선 얼마든지 패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약속 중시하는 安, 정치판에선

[안철수] “저는 천성적으로 방어 매커니즘이 잘 발달된 사람입니다. 어떤 일을 체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잊는 스타일입니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땐 과거를 잊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커다란 성공을 이뤄냈든 치명적인 실패를 했든 중요하지 않다. 안 원장은 “현실에 중심을 두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권을 노리는 다른 이들에 비해 권력욕(慾)이 부족할지 모른다. 진심으로 사명감 때문에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동기는 순수할지 몰라도 권력욕이 약하다는 건 아무래도 약점이다. 대통령은 권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욕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패배해도 괜찮다’는 마음은 무리한 승부를 자제할 것이다. 돈다발을 뿌리는 ‘금권선거’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신선한 정치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 정치 신인 안철수는 지금 ‘대권레이스’의 스타트라인에 서있다. 경쟁자든 지지자든 비판자든 그의 발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결단의 시기가 임박했다.

이윤찬·김미선·심하용 기자 chan4877@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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