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다김선생 상생헙의회 점주의 항변

가맹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방적인 가맹 계약 해지와 필수물품 구입 강요, 비싼 수수료와 광고판촉비용 전가는 갑질 사태로 비화되기 일쑤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해 갑질 사태를 겪은 4명의 바르다김선생 점주들을 만났다. 이들은 갈등을 푸는 첫번째 열쇠로 ‘소통’을 꼽았다.

▲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 뛰어들지만 가맹본사와의 갈등을 피하기는 어렵다.[사진=뉴시스]

“우리는 지난해 3번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매출 하락에도 설명 없이 광고료를 요구하고 고高원가율을 유지하던 본점, 점주들의 요구 사항을 무시하고 허위ㆍ과장 내용을 퍼뜨린 가맹점주협의회 수뇌부, 그리고 이를 확인 없이 퍼뜨린 정치인들도 있었죠.” 박정훈 바르다김선생 상생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일어났던 일을 ‘세번의 아픔’으로 설명했다. 이로 인해 가맹점의 매출이 하락했고, 이는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생존의 문제로 번졌다.

갑질을 견딜 수 없던 이들 대부분은 기존 가맹점주협의회 출신 점주들이다. 특히 박정훈 회장은 가맹점주협의회의 수뇌부였던 수석부회장이었다. 하지만 수뇌부로 활동하면서 기존 협의회가 대다수 점주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상생협의회가 나온 이유다. 처음에는 14명뿐이었지만 금세 세가 불어 지금은 82개의 점주들이 몸담고 있다.

 

그사이 점주들이 본사에 가진 첫번째 불만은 해소가 됐다. 본사는 점주들의 반대에 광고료를 걷지 않았다. 남은 문제는 매출 대비 높은 원가율. 사실 원가를 낮추는 일은 쉽다. 저렴한 제품을 납품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더구나 바르다김선생은 프리미엄 김밥을 표방한 브랜드였다. 점주들도 제품의 질까지 양보할 수는 없었다. 맛이 떨어지면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해서다. 이들이 본사 직원들과 일주일에 두번씩 새벽까지 이어지는 입씨름을 벌인 이유다.

이런 움직임은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40% 후반에 달했던 매출 대비 원가율을 30% 후반 수준으로 낮췄다. 공급업체를 다변화하고 시세를 철저히 조사해 가격을 재산정한 결과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1㎏당 당근 가격도 4만7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낮췄다.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1월 18일에는 본사 대표와 상생협약도 맺었다. 이 협약에는 점주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본사는 앞으로 제품의 가격을 책정할 때 점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한 이후 결정해야 한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충분한 사유서를 제시해야 한다. 품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반품에 대한 기준과 절차도 수립했다. 지난해 갑질 논란의 도화선이 됐던 ‘광고’ 역시 점주들의 동의를 얻은 이후 진행할 수 있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은 본사에 컨설팅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협의 끝에 원가율 줄여

성동구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김성태 사장은 “본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또 점주들이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며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 협약내용 이행실적 자료를 제출해 검토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점주들은 갑질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게 많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가맹사업 구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자본력과 정보력을 갖춘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지위 격차가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점주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도 허술하다. ‘본사의 방침’이라며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일에 점주들이 넋놓고 당하는 이유다.

▲ 원활한 소통은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본사와 동등한 지위에서 ‘소통’을 한다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바르다김선생의 가맹본점은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격렬한 회의에도 응해줬죠. 하지만 대기업 본점과 싸우는 가맹점주들은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대화 채널이 있다면 더 이상 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상생협의회 활동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본사와 소통을 한다는 이유로 ‘어용단체’라는 오해까지 샀다. 박 회장의 말이다. “가맹점 업계에서는 우리가 어용단체라는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본사와 싸워서 원가율을 낮추는 어용단체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본사 직원들은 매번 득달같이 달려드는 저희를 지긋지긋하게 여길 겁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올바른 시스템을 만들어야 점주들이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걸요.” 갑과 을이 대화로 갈등을 푸는 시스템. 이들은 진정한 상생을 꿈꾸고 있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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