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잇속 다툼의 파장

▲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은 세계화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슈다.[사진=뉴시스]
세계화에 균열이 가고 있다. 세계화를 지탱해온 미국과 영국이 등을 돌리면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일본,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신냉전 체제 분위기마저 흐르고 있다. 세계정세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2017년 세계질서의 판도가 뒤바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전세계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세계 질서를 유지해오던 ‘신자유주의’가 흔들리고,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정세에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2017년 한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낡은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탐색해야할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해외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는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먼저 세계정세가 왜 전환점을 맞게 됐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자. 세계화에 흠집을 낸 대표적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선도한 미국과 영국이 동시에 세계화에서 발을 뺀 셈이라 충격이 컸다.

그렇다면 두 나라의 입장이 급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영국이 세계화를 이끈 건 제조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금융자본을 통해 충분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계획은 적중했다. 두 나라는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부를 쓸어 담았다. 실제로 1990년대 미국 종합주가지수의 상승세가 꺾일 줄 몰랐다. 두 나라 국민 역시 주가 상승으로 인한 막대한 금융소득을 챙겼다.

문제는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는 거품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2000년 월가의 주가 대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예고된 재난이었다. 금융자본을 앞세워 부를 축적하는 게 더 이상 어려워진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자유무역의 흐름을 타고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산 제품이 선진국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차례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금융소득이 대폭 감소한 데 이어 중국의 시장 잠식으로 폐쇄하는 공장이 늘면서 실업자까지 급증했다. 이는 선진국 사회를 지탱하던 중산층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유독 금융자본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과 영국이 가장 먼저 세계화에서 발을 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화의 붕괴가 불러올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세계화가 옳고 그른지 평가하기에 앞서 세계정세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각종 무역 분쟁을 예고했다. 특히 중국과의 충돌은 세계정세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여전히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미국의 행보에 따라 세계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화는 이미 암초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영, 세계화에서 발 뺀 이유들

문제는 또 있다. 세계화가 흔들리면서 세계정세에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미국과 중국은 소련에 대항하는 동반자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도 두 나라의 밀월 관계는 이어졌다.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중국은 개혁개방을 가속화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했다. 이후 중국은 대미對美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무역흑자로 미국 국채를 매입했고, 미국은 이를 통해 무역적자를 보충했다. 이른바 ‘달러 사이클’이 두 나라 간에 지속됐다. 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은 유일한 정점으로 믿었던 자신의 지위를 위협받았고,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G2로 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중국은 유인 우주왕복선을 띄우는 등 우주개척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항공모함을 진주하는 등 군사대국의 길에도 발을 내디뎠다. 대국굴기大國屈起를 내세우며 미국의 지위를 넘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균형 정책을 표방하면서 중국 견제를 군사 외교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가세하자, 중국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 나라간의 이해다툼이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미국과 새로운 밀월관계를 맺었다. 미 대선이 끝나자마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첫 회담을 가진 것은 일본이 대미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일본으로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에 미국이 아시아에 남도록 사력을 다할 공산이 크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 견제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밀월관계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 흔드는 G2 다툼

반면 중국의 동맹국은 러시아다. 최근 두 나라는 정상회담과 합동군사훈련을 갖고, 유라시아경제연합(EEC)을 맺는 등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각국이 견제하고 있는 나라다. 서유럽, 미국 등과 거리를 두는 등 고립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꼽힐 정도다.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이 미일 남방 동맹과 중러 북방동맹이 격돌하는 신냉전 기류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화의 균열, 신냉전 체제 양상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는 우리나라에 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GDP 대비 수출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첫째 이유, 우리나라가 신냉전 기류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둘째 이유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전략적인 지혜가 필요할 때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newroad2015@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