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필자는 내 맘에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 호불호를 분명히 가리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물 흐르듯 하면 좋을 대인 관계를 거의 갖지 못한다. 친구도, 모임도 없으니 연말연시라도 날 찾는 전화 한통 없다. 술 마시고 왁자지껄 떠들거나, 혹은 노래방에서 노는 일은 내 일상에서 찾기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렇게 고집 불통인 필자가 절대 갖지 못할 또 하나의 취미는 개를 집안에서 키우는 일이다. 집안에 들여 똥, 오줌을 치우며 공들여 키운다는 건데 필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랬던 필자가 최근 집안에서 키우는 실내견을 입양했다.

필자의 결정 뒤에는 상당한 고민과 나름의 셈이 있었다. 쌍둥이 녀석 중 한 놈의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해 보기 위해서였다. 일상과 유리된 채 손바닥만 한 기기에 갇혀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일은 정말 끔찍하다. 다혈질인 필자는 망치로 그것을 내려치는 꿈을 꾸기도 했으며, 돌아가신 어머니께 심적으로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다. 결국, 강아지를 식구로 맞기로 한 아내와 필자는 인터넷을 뒤져 일산의 애견숍을 찾아냈다. 애견숍 주인은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을 돕고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강아지가 최고임을 침을 튀겨가며 추천했다.

필자는 과감하게 60만원을 카드로 긁고 생후 2개월 된 몰티즈를 입양해 애견인의 반열에 합류했다.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작은 강아지였는데 키우는 방법이 복잡했다. 1ㆍ2차 사료 불림부터 유산균이나 비타민 주는 법, 주기적인 예방 접종 및 대소변 가리는 훈련법까지 1시간 넘게 애견 초보자를 위한 교육이 이어졌다. 개 한 마리 키우는데 뭔 난리들을 떠나 하는 떨떠름한 표정의 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애견숍 주인의 교육은 끝이 없다. 발톱 깎기 및 귀 청소하는 법, 주기적으로 항문낭 짜주기 등. 주인이 던져주는 밥을 알아서 먹고 한겨울에도 웅크리고 잠을 자는 시골개와는 차원이 달랐다.

어쨌거나 교육 및 계산을 마치고 강아지가 담긴 작은 상자를 들고 나오며 강아지와 우리 네 식구의 동거가 시작됐다. 실내견을 키우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아들 녀석은 강아지에게 깡지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우리 안에 갇힌 깡지는 부단히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썼다. 가끔 두 발로 서서 우리를 쳐다보거나 꺼내달라는 듯 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깡지를 품에 안고 1cc 주사기로 요구르트를 먹이는데 봄에 돋는 새싹 같은 작은 혀로 날름날름 받아 먹는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인간의 아기를 키우는 것에 버금가거나 또는 그 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날 접종을 위해 강아지 가방을 메고 묵묵히 걷고 있는 내게 아내는 “고집불통 신랑 많이 변했네”라며 키득거렸다. 아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작은 강아지로 해결할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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