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9년 사상 최악 취업 빙하기

▲ 청년실업은 국가적으로 인적자원의 낭비이자 사회불안요인이다.[사진=뉴시스]

한국에서 이제 대학 졸업식장은 축하받는 곳이 아니다. 대학졸업장이 곧 실업증명서라서 그렇다. 미처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은 졸업식장에 나오지 않는다. 졸업 자체를 유예하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대졸 청년들의 취업 빙하기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 시기 취업전선에 투입되는 대졸 2세대 베이비부머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2010~2014년 해마다 35만~37만명으로 사상 최대였던 4년제 대학 입학자가 병역, 연수, 휴학 및 취업재수 등을 거쳐 대거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를 소화해야 할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대졸공채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이 계획 중인 올 상반기 채용인원은 2만9792명으로 최근 8년 사이 가장 적다(고용노동부 집계). 지난해 9.8%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실업률이 올해 10%를 넘어설 것이다. 수십만 취업준비생을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20%대로 치솟는다.

청년실업 등 고용절벽 현상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 60세로의 정년연장 여파, 저성장 고착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국내 정치 불안 등 고용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구조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도 기존 단순 반복 노동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고용절벽을 인식한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일자리 창출 문제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만개 일자리 창출’ 등 숫자만 내세웠지 재원 마련 방안이나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공공 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는데 재원 조달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급기야 선거캠프 내부에서 “세금으로 (일자리)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송영길 총괄본부장)”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계에서도 “세금을 내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데, 돈을 쓰는 일자리가 오래 지탱될 수 있겠는가(박병원 경총 회장)”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 일자리 창출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미래산업 일자리 육성을 내세웠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재명 성남 시장도 근로시간 단축과 공공 부문 사회적 일자리 확대로 일자리 269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칼퇴근법’ 등 근로시간 단축을 일자리 대책으로 내놨다.

아무 일자리든 만들면 된다는 단편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 분야 일자리 확충은 공무원 수를 늘리자는 이야기다. 공무원을 늘릴수록 고용 사정이야 나아지겠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봉급은 결국 국민 부담(세금)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가 재정이 파탄난 국가가 그리스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민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새 일자리를 더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해온 기존 일자리를 두세 사람이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제활동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아니라서 경제성장에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 만들기는 기업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규제를 혁파해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과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둥지를 틀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대졸자 취업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아베 총리의 규제개혁이 성공해 기업의 투자심리를 되살린 덕분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세제 혜택과 규제완화로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청년실업은 개인과 가족만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인적자원 낭비이자 사회불안 요인이다. 모름지기 대선 후보라면 말잔치만 벌이지 말고 실질적인 일자리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는 청년일자리 창출 공약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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