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20대 직업군인의 재무설계 오류

▲ 군인들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일반인보다 적어 잘못된 정보를 얻거나 잘못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함께 근무하다 전역한 선임이 어느날 군대로 찾아왔다. 보험회사에 취직했다며 이것저것 금융정보를 알려주고, 재무설계도 해줬다. 좋은 투자처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딱히 금융정보를 얻을 데 없었던 강 중사는 선임이 설계해주는 대로 목표를 설정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 설계, 잘 한 걸까?

번화가와 떨어져 있는 군부대 특성상 군인들은 문화생활은 물론 금융활동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개인시간이 여의치 않을뿐더러 근무지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아서다. 얻을 수 있는 정보 역시 일반인보다 적다. 이럴 경우 잘못된 정보를 얻거나, 투자를 잘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은우(27ㆍ가명) 중사는 7년째 군복무 중이다. 그는 제법 많은 돈을 모았다. 열심히 돈을 모으는 덴 이유가 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다. 가깝게는 내년, 멀게는 은퇴 후까지 계획하고 있는 강 중사의 목표는 크게 2가지. 1년 후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 10년 안에 결혼자금 5000만원을 모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는 그의 재무상황은 어떨까. 강 중사의 월 고정소득은 235만원이다. 이중 군인공제회 저축과 청약저축에 각각 5만원, 10만원씩 납입한다. 전역해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선임이 추천해 가입한 변액보험(70만원)이 있으며, 금리형 연금보험(25만원)에도 가입돼 있다. 매달 저축과 보험료로 납입하는 돈이 110만원이다. 여기에 독신숙소 관리비(3만원)와 인터넷 사용료(3만원), 각종 회비(동기회비 3만원ㆍ가족회비 13만원)로 꼬박꼬박 22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12만원씩 납입하는 보장성 보험도 있다.

매달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월 평균 통신비 8만원, 교통비 5만원, 외식비 15만원 정도를 쓴다. 개인용돈은 40만원, 경조사비 등으로 들어가는 비정기 지출은 20만원가량이다. 월 235만원 버는 강 중사의 총 지출은 232만원. 저축과 보험, 생활비 등으로 여유가 거의 없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강 중사는 2가지 목표를 위해 재무설계는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할까. 일단 그의 보유자산을 살펴보자. 그는 현재 CMA계좌에 350만원, 청약저축 통장에 150만원, 군인공제로 매달 납입하는 계좌에는 600만원가량 있다. 군인공제회에 목돈수탁으로 예치해 놓은 3000만원까지 합하면 그의 현금 보유 자산은 총 4100만원이다. 지출 변동이 크지 않은 강 중사는 지금 상태에서 약간의 조정만 거치면 문제될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장기복무가 확정된 그는 군인연금 대상자이기 때문에 노후자금 준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장기보험 납입금이 지나치게 많다. 소득의 44%인 110만원 중 대부분을 10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장기보험에 넣고 있다. 소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각각 70만원과 25만원씩 넣고 있는 변액보험과 금리형 연금보험을 조정하기로 했다. 변액보험은 7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축소해 45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금리형 연금보험은 해지했다. 이렇게 생긴 70만원은 그의 두가지 목표설계에 사용하기로 했다.

장기 목표 위한 목돈마련 준비

먼저 강 중사의 두가지 목표 중 하나인 ‘자동차 구입’을 위한 계획을 보자. 그는 신차를 사기 위해 3000만원을 모아놨다. 하지만 자동차보험과 취ㆍ등록세에 드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여유자금이 조금 더 필요하다. 보험 조정으로 생긴 70만원 중 50만원은 1년 정기 적금에 넣기로 했다.

군인공제 계좌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현재 군인공제회의 1년 유지금리는 2.4%로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이유로 단기자금으로 더 높은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군인들을 우대하는 시중은행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10년 안에 결혼자금 5000만원을 모으겠다’는 둘째 목표를 위한 계획을 보자. 매달 청약통장에 10만원씩 납입하는 건 좋은 재테크다. 하지만 목돈 마련을 위한 준비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강 중사는 70만원 중 나머지 20만원을 적립식펀드에 넣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결혼자금 외 저축금액을 늘리기 위해 개인용돈을 4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였다. 그 결과, 월 3만원에 불과하던 여유자금이 13만원으로 늘어났고, 강 중사는 이 돈을 CMA계좌에 넣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직업군인들에게 조언할 게 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장기복무자인지 단기복무자인지 고려해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고정소득 외 연간 발생하는 다양한 상여금 등은 CMA계좌에 모아놓고 비상시에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여금을 감안해 소비지출을 계획하다보면 상여금이 없는 달에 자칫 마이너스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공들여 쌓아놓은 목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박강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http;//blog.naver.com/gonygo3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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