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은 어떻게 빠져나갔나

지방의 한 보건소에 특정 약품이 납품됐다. 당연히 ‘리베이트’가 제공됐고, 덜미가 잡혔다. 그런데 한 제약사가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잘못 적용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아제약의 경우가 그렇다. 이 문제,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 동아제약의 공소시효가 잘못 적용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부산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에 얽힌 업체는 또 있다.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이다. 동아제약은 2007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부산남구보건소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공여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수사를 받았다.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거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동아제약은 의약품 영업을 자사 직원에게 100% 맡긴다.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면 동아제약이 죄를 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공소시효 때문이다. 약사법 47조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5년(형사소송법 249조 근거)이다. 수사팀에 따르면 동아제약 직원이 마지막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 2010년. 수사가 진행된 건 2016년이기 때문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수사 결과를 놓고 반론이 쏟아진다. 동아제약 직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사가 공무원(5급 의무사무관)이었기 때문에 법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현정 변호사(유현정 법률사무소)는 “공무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면 약사법이 아닌 뇌물공여죄(형법 133조)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뇌물공여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기 때문에 이럴 경우 공소시효는 7년을 적용해야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남구보건소 의사가 받은 징역은 6년으로 의사법이 아닌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뇌물수뢰죄(형법 129조)가 적용됐다. 공소시효를 7년으로 적용하면 지난해 6월 수사가 진행될 당시엔 동아제약 직원의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때다. 기소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직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마지막 시점이 2010년 몇 월이냐에 따라 아직도 법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동아제약 측은 “당시 리베이트를 제공한 직원은 퇴사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동아제약의 도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리베이트 행위의 책임을 영업사원에게만 따져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억대 규모의 리베이트라면 일부 영업직원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제약사가 몰랐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에 하나 본사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해당 영업본부의 본부장까지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현정 변호사는 “그동안의 리베이트 사건들을 보면 영업직원 개인의 일탈로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면서 “일반적으로 리베이트 사건엔 제약사가 관여돼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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