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회장 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오너 3세 조현준(49) 효성그룹 회장이 1월 16일 “100년 효성의 미래를 새로 열겠다”며 취임했다. 예상을 깨고 사장에서 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배경에는 사상 최대 실적(지난해 영업익 1조원 돌파) 견인과 아버지 조석래 전 회장의 건강ㆍ재판 문제 등이 깔려 있다. 하지만 과제 또한 만만찮다. 새 성장 동력 확보, 사법 처리ㆍ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훼손된 이미지 개선 등이 그것이다.

▲ 조현준 회장은 1월 16일 취임사를 통해 “100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오늘부터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뉴시스]
올해로 창립 51년째를 맞는 재계 순위 23위(공기업 제외) 효성그룹이 오너 3세 시대를 맞았다. 50여년 만에 창업자 조홍제 회장(1984년 작고)~2세 조석래(82) 회장~3세 조현준(49)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째 오너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조홍제 창업자에게 조석래 전 회장은 장남이요, 조현준 회장은 장손이다. 조홍제 창업자는 1948년(42세)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삼성물산을 동업하기 시작했고,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설립을 통해 초창기 삼성그룹 발전에 일조했던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1962년(56세) 삼성과 결별하고 효성물산을 토대로 독자사업에 나선 그는 1966년(60세) 주력기업인 동양나이론을 설립하고 이때를 그룹 창립 연도로 삼았다.

3세 조현준 회장의 할아버지 조홍제 회장에 대한 존경심과 추모의 감정은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29일 승진한 그는 새해 1월 16일 회장에 취임했다. 이날은 조홍제 회장의 기일이자 조 회장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벽제기념관에 있는 할아버지 묘소에서 추모식을 한 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 본사로 돌아와 비공개리에 조용하게 취임식을 가졌다. 선대 회장의 경영 이념(기술 제일)을 기리고 그에 대한 애틋함과 깊은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이날을 취임식일로 잡았다고 한다.

조 회장은 2006년 조홍제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만든 「늦되고 어리석을지라도」라는 회고록에서 자신의 그런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재력가의 손자나 권력자의 손자가 되는 것은 쉽지만, 조홍제의 손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할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은 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고백했다. 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효성의 새 시대를 여는 오늘 영광스러운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100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오늘부터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효성 100년을 위한 3가지 실천 목표도 제시했다. ‘경청하는 회사, 기술로 자부심을 갖는 회사, 페어플레이(공정한 경쟁)로 승리하는 회사’가 그것이다. 그는 먼저 “고객의 소리는 경영활동의 시작과 끝인 만큼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또 “기술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평소 스포츠를 즐긴다는 그는 “정정당당하게 겨루되 승리하는 조직을 만들자”며 팀워크와 페어플레이 정신도 강조했다.

재계는 지난 연말 조 회장이 효성의 선장이 되자 “효성이 예상보다 서둘러 3세 시대를 연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조 회장은 2007년 효성 사장에 오른 이후 10년 동안 경영 수업을 받아온 데다 효성의 3세 적장자로서 언젠가는 경영권을 승계 받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몇 차례의 사법처리, 동생(2남 조현문ㆍ48)과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대외 이미지가 많이 손상된 사실 등은 꺼림칙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한살 아래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변호사)에 의해 촉발된 부자간ㆍ형제간 경영권 갈등은 롯데 경영권 분쟁과 함께 최근 한국 재계 오너 경영권 분쟁의 끝판쯤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할아버지 기일에 ‘취임’

그런 만큼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이번 승진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데다 조 전 회장의 건강ㆍ재판 상황까지 고려할 때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본 것 같다. 대개의 오너들이 회장 승진 전에 거치는 부회장 직함도 생략한 채 회장으로 곧바로 승진했다.

그런가 하면 조현준 3세 체제가 9부 능선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룹을 떠난 2남 외에 3남 조현상(46) 부사장을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시켜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토록 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조 회장은 그룹을 총괄하고, 조 사장은 보다 세세한 부분에서 경영을 챙기며, 조 전 회장은 측면에서 지원하는 형국으로 굴러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2남 조 전 부사장과의 갈등 문제는 여전히 봉합을 기다리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조 회장이 2014년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맡아 왔는데 그 기간 좋은 실적을 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달성했다.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1위 제품의 판매 확대 ▲폴리프로필렌(PP), NF3 등의 수익성 확대 ▲중공업 부문의 실적 개선 ▲건설 부문의 경영효율 극대화 등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 실현의 기반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매출이 12조원대에서 맴돌고 있어 새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 지금과 같은 호실적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은 주목거리다.

조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유학파 오너 3세다. 영어ㆍ일어ㆍ이탈리아어를 비롯한 외국어와 스포츠에 능하고, 외국기업 근무 경험도 있는 등 전도유망한 기업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도 많이 남겨 놓았다. 앞으로 한국 굴지의 효성그룹 회장직을 수십 년 이어가려면 이미지 개선도 시급한 실정이다. 대기업을 바라보고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눈초리가 예전보다 훨씬 매섭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조 회장의 취임에 즈음해 낸 논평이 그 같은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단체는 “두차례나 기소ㆍ유죄판결을 받은 조현준 회장은 그룹 경영의 자격이 없다”는 요지의 강한 논평을 냈다. 이 단체가 적시한 조현준 회장과 관련된 사법처리 내용은 이렇다.

▲㈜효성 미국법인의 자금 5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2014년 ㈜효성의 자금 1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선고 받고 현재 2심 재판 중 ▲동생 조현문 변호사에 의해 배임ㆍ횡령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 진행 중 ▲최근 64억원 상당의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아 국세청 명단 공개에 포함 등이다.

조현준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

재계는 효성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효성의 대표이사로 선임하려 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 권고가 있을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 전 회장도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배임ㆍ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다행히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항소심 결과는 미지수다. 경제개혁연대는 조 전 회장도 효성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효성 3세 회장으로 조기 승진했지만 그의 앞길 여기저기에 걸림돌이 깔려 있다. 젊은 오너 3세 조 회장의 경영 솜씨와 이미지 개선책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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