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 승용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업계가 한 신차 출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산 가솔린 승용차가 국내에 도입된 게 처음이라서다. 실적을 조금 뺏길까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내연차만큼은 따라올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중국이 어느새 한발짝 앞으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중국차의 성장을 견제하지 않으면 승용차 시장마저 뺏길 수 있다.

지난 1월 18일 한 중국산 승용차가 국내에 상륙했다. 중국 완성차업체 중한자동차가 만든 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600’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에 수입된 최초의 중국산 가솔린 승용차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심 화제는 “과연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수준이 떨어질 거라는 추측에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전기차 산업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기술 수준과 보급 수준 모두 앞서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기 버스나 전기 트럭 등 우리나라에서는 생산하지 못하는 차종들을 이미 수출할 준비까지 마쳤다. 아울러 지난해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중 과반수는 중국에서 팔렸다. 그만큼 중국산 자동차가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얘기다.

내연기관 승용차라곤 해도 가볍게 흘려 넘겨선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흉내만 내던 수준에 불과하던 중국산 내연차가 최근엔 독자적인 디자인과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추기 시작했다. 선진 수준의 환경 기준과 안전 기준을 만족시켰을뿐더러, 자국산 부품만 고집하지 않고 수입산 부품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였다.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산 자동차가 소비자의 각종 요구 조건까지 만족할 경우 시장의 향방은 갈수록 예측하기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중국산 자동차의 도입이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내 시장 공략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차 상륙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변화할까.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로 중국차의 최대 강점인 ‘가격경쟁력’이 국내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차는 수준급의 편의ㆍ안전장치를 적용했음에도 가격은 2000만원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안전성이 보장되고 전국적으로 서비스 센터까지 갖춘다면 소비자는 중국차에 눈을 돌릴 공산이 크다. 서민용 승용차라면 더욱 그렇다.

둘째는 중국차가 국내 시장의 장벽을 한번 허물고 나면 이후부터는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이 15%가량으로 치솟는 데는 단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차도 마찬가지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 처음엔 꺼릴 수 있지만 하나둘 구입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중국차의 확산 속도는 점차 빨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시장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을 정도로 세계 선진 국가와의 교역이 활발하다. 달리 말하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일종의 관문 역할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중국차가 규모가 작음에도 국내 시장에 진출한 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세계 시장도 자동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건 아직까지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엔 기술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품질만이 아니라 소비자 트렌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 하지만 그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마지막 성역이라고 여겼던 승용차 시장마저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국내 업체들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