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신영무 신&박 대표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변협 회장을 지낸 원로 법조인 신영무(73) 변호사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빨리 구성되도록 탄핵심판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영수 특검팀에 대해서는 공명심에 대한 자기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신영무 신&박 대표변호사는“옳은 일을 할 때 당당하고 담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맡은 일은 대선 관리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2인자로서 잘못된 일에 대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분수와 사명을 망각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신영무 법률사무소 신&박 대표변호사는 “황 대행이 무엇보다 법조인으로서 양심에 따라 주어진 책무를 잘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는 “현재의 무정부 상태 같은 시국이 빨리 막을 내리도록 인용을 하든 탄핵을 하든 탄핵 심판을 빨리 종결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새 정부가 빨리 구성돼야 합니다. 다만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이 퇴임하면서 시기를 못박아 헌재의 최종 결정이 그때까지 선고돼야 한다고 한 건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 사퇴의 빌미를 줄 수 있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어느 한쪽이 헌재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졸속이라느니 불공정하다느니 하는 시비를 걸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결정이 나오든 제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 결정에 따라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찢어져 있어요.”

특검에 대해서는 “인권 침해가 없어야 하고 혼란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추호의 의심도 사지 않도록 국회가 의결한 권한 범위 안에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공명심에 대한 자기 경계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는 “특검은 막강할뿐더러 공소 유지의 의무가 없고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아도 상관없어 공명심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법조계를 떠나 정계, 관계, 업계(재계)로 진출한 사람들 가운데 법의식이 비법조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전직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의 롤 모델이 피의자 신세인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사회의 정도가 무너졌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 충실하고 거기서 최고로 인정을 받아야죠. 다수의 일본 사람들은 출세하려 들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가업을 잇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래야 일본처럼 노벨상도 타요. 성공에 목을 매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나이 마흔이 되면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고민하고 남은 인생을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사회도 좋아집니다.”

✚ 최근 소설가 김훈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갑질의 유구한 전통'을 지적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뭐라고 보나요?

“부패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른바 갑질을 없애려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에 회사원 등 모든 민간 영역을 포함해야 합니다. 공사 전 영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거죠. 이 법이 처음 생길 당시 저는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빠져도 좋다는 취지로 기고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적 영역에서도 권한만 있으면 엄청난 갑질을 하더라고요. 다만 이 법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이 빠졌습니다. 스승의 날 교사에게 카네이션도 못 달아 드리죠. 제가 이끄는 바른사회운동연합이 법 시행 1년 즈음해 국가권익위원회와 함께 개정 방향을 다루는 심포지엄을 열려 합니다.”
▲ 신영무 변호사는“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 반부패 사회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필요조건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최고 지도자의 반부패에 대한 강력한 의지입니다. 그에 따라 법이 제대로 집행돼야죠. 하루빨리 법치주의가 작동하는 공정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힘센 사람들이 반칙을 저지르고 법 지키는 사람들은 바보가 되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기회 균등이 이루어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바로 바른 사회죠.”

✚ 기업이 뇌물을 주고 챙긴 이권으로 돈을 벌면 이를 처벌하고 수익보다 더 많이 토해 내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신 것을 봤습니다. 삼성이 최순실을 통해 벌인 일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삼성뿐입니까? 기업이 임직원을 통해 뇌물을 줘 부당이익을 챙기면 회사가 그 이상으로 토해내도록 바른사회운동연합이 앞장서 입법화하려 합니다.”

✚ 변호사 업계가 변호사 시장 개방, 변호사 수 급증 등 격변을 겪고 있습니다. 로스쿨이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사법시험 존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법대 출신도 일정한 실력을 갖추면 예비시험을 거쳐 로스쿨 출신처럼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법조 환경도 바뀌어야 합니다. 굶주린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변호사는 고객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죠.”

우리 사회 기회균등과 정당한 보상 이뤄야

✚ AI(인공지능)가 변호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런 시대 법조인이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나요? 어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판례를 찾아내는 리서치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효율적으로 하겠죠. 그러나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가치 판단과 양심에 의한 선택은 한계가 있을 거에요. 무엇이 과연 정의인지 고민하고 창의성과 인성에 바탕을 둔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AI가 발달할수록, 말하자면 인성과 양심이 경쟁력인 시대가 될 겁니다.”

✚ 착한 변호사이면서 동시에 유능한 변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뢰를 쌓아야죠. 변호사에게 신뢰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생명입니다. 변호사가 돈 욕심을 부리면 망하는 겁니다.”

신 변호사는 젊은 날 판사로 2년 재직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예일대 로스쿨에서 2년 반 만에 법학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증권법 박사 1호. 귀국 후 법무법인 세종을 창립해 굴지의 로펌으로 성장시켰다. 세종을 떠난 후 2014년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설립해 상임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가을 자서전 「올바름이 힘이다」를 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그는 재임 당시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축사를 한 일이 있다. 그는 변협회장으로 있으면서 만난 윌리엄 로빈슨 미 연방변호사회장의 말을 전했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성공하려면 고객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에 전문성을 더 갖추기 바랍니다. 그럼 좋은 평판이 생겨 성공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평판은 유리병과 같아 한 번 깨지면 다시 회복할 길이 없습니다.’

✚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큰 힘은 옳은 것에서 나옵니다(Right makes Might). 링컨이 한 말이죠. 옳은 일을 할 때 당당하고 담대해질 수 있어요. 이화여대에서 입학 비리가 벌어진 건 교수들의 그릇된 출세욕 때문입니다. 이건 이른바 생계형 범죄가 아니에요. 반칙과 부정부패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공정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회가 제한적이고, 청년 실업의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공정 경쟁을 해야 행복지수도 올라가요. 우리 사회 지도층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우리나라가 바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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