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젊은 부부의 재무설계

▲ 합리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목표설정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열심히 저축하고 무조건 투자한다고 원하는 재무목표를 이루는 건 아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은 재무설계의 첫걸음이다. 언제 얼마를 모아 무엇을 이뤄나갈지 목표를 단기, 중기, 장기로 뚜렷하게 세워놓으면 그만큼 자금을 운용하기도 쉽다. 하지만 이 쉬운 지침을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

긴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한 송나영ㆍ김창훈(가명)씨 부부. 올해로 결혼 4년차에 접어든 부부는 교제 기간이 길었던 만큼 결혼자금도 전세자금도 함께 마련했다. 그래도 1억원의 전세보증금에는 턱없이 모자라 절반은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그렇게 서울 외곽에 전셋집을 마련한 부부는 최근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이사를 자주 다녀야했던 창훈씨는 하루빨리 ‘내 집’을 갖길 원했다. 나영씨는 대출금 수렁에서 겨우 탈출했는데 또다시 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얼마 전 출산을 해 당분간은 남편 수입으로만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것도 나영씨에겐 부담 요인이었다. 이 문제로 자주 말다툼을 하던 부부는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중견기업 기술영업직인 창훈씨는 월 소득이 일정하지 않지만 평균 300만원을 번다. 여기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이 양육수당 20만원을 합하면 매달 320만원이 부부의 통장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부부는 이 돈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우선 소비성 지출을 보자. 관리비와 가스ㆍ전기ㆍ수도 등 공공요금으로 매달 22만원이 빠져나간다. 통신비와 교통비는 각각 15만원, 5만원. 병원비(10만원)와 남편 건강을 챙기기 위한 건강보조식품 구입(5만원) 비용도 꼬박꼬박 들어가는 돈이다. 남편 용돈과 각종 모임 회비로 월 29만원이 들고, 경조사비 등 비정기적으로 지출하는 돈도 대략 15만원선이다. 이 가정의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와 양육비가 남았다. 부부의 외식비를 포함한 한달 평균 식비는 80만원이다. 그 다음으로 큰돈은 아이 양육비(35만원)다. 이렇게 부부의 한달 소비성 지출 규모가 216만원에 이른다.

다음은 저축과 보험료다. 부부는 각각 두 개의 보험과 아이 건강보험 보험 등 총 5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그 보험료가 한 달에 44만원이다. 총 50만원 규모의 정기저축도 있다. 부부는 주택청약(2만원), 재형저축(10만원)을 비롯해 단기 목돈 마련을 위해 2개의 계좌에 각각 10만원씩 납입하고 있다. 아이 교육비 명목으로 저축(18만원)도 한다. 한달에 저축과 보험 등에 들어가는 돈이 94만원이다.

그렇게 부부가 한달을 보내고 나면 320만원에서 10만원이 남아야 계산이 맞는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매달 10만원 안팎의 불분명한 지출이 생기곤 한다. 여윳돈이 없거나 되레 마이너스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부부는 아이 양육수당으로 2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하지만 생후 12개월 이후엔 이것이 15만원으로 축소된다.

중ㆍ장기적 안목 키워야

이들 부부의 가계부는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보장성 보험에 들어가는 돈이 많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이 있긴 하지만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은 탓에 단기 저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정리해 더욱 합리적으로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재설계했다.

먼저 부부의 소비성 지출을 조정했다. 통신비는 요금제를 조정해 15만원에서 12만원으로, 모임 회비를 포함한 남편 용돈도 29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다. 80만원에 이르던 식비도 7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렇게 되면 22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다음은 보험 재설계다. 부부는 결혼 전 지인의 추천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저축상품이라고 알고 가입했으나 보장 내용을 살펴보니 사망보험금과 기타 수술비, 암 진단금 등이 선택된 상품이었다. 사망보장금을 제외하곤 이미 가입된 건강보험으로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어 두 사람의 종신보험(약 17만원)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했다.

창훈씨는 1억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이 보장되는 정기보험(3만원), 나영씨는 부족했던 3대 질병과 질병수술비를 강화한 건강보험(5만원)을 추가했다. 이로써 보험료를 9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종신보험 해지환급금 800여만원은 추후 전세자금 인상 대비 또는 이사자금으로 쓰기 위해 MMW형 CMA에 묶어뒀다.

납입 기간이 짧은 저축도 손봤다. 부부는 매달 50만원씩 저축한다. 청약(2만원)과 재형저축(10만원)을 제외한 38만원이 모두 1.8%대 저금리로 운용되는 1년 단기저축이다. 이중 20만원은 각각 10만원씩 두 계좌에, 나머지 18만원은 교육비 명목으로 별도 계좌에 저축하고 있었다. 이중 10만원짜리 저축 하나는 해지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재형저축에 투자했다.

아이 교육비 명목으로 납입하던 저축(18만원)도 해지하고 장기투자상품 변액연금상품(30만원)에 가입하기로 했다. 교육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12만원은 앞서 줄였던 통신비(3만원), 남편 용돈(9만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제 부부에게는 19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언급했듯 식비 10만원, 보험료 9만원을 줄인 덕이다. 불분명하게 지출되던 10만원까지 해결해 월 29만원의 여윳돈을 마련했다. 이것은 서서히 투자 안목을 키우기 위한 적립식 펀드(15만원)와 비상금을 위한 CMA(14만원)로 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중장기 목표를 세우면 마이너스 가계부를 털어낼 수 있다. 무엇이든 목표가 중요한 법이다.
장민주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http://blog.naver.com/gonygo3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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