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기치 아래 글로벌 톱7 노리다
‘세계화’ 기치 아래 글로벌 톱7 노리다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228
  • 승인 2017.02.22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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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낸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해외 영업통 장병우(71)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이 새해 들어 세계화와 실적 두가지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였다. 새해 첫 대형 수주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냈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도 냈다.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둔 그는 국내 토종기업 현대엘리베이터를 4년 후 글로벌 7위 업체로 만들겠다며 분주히 뛰고 있다. 현대상선을 떠나 보내고 중견그룹으로 내려앉은 현대그룹 맏형 역할이란 새 과제도 떠안았다.

▲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세계화 추진’을 기치로 내걸었다.[사진=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세계화’를 기치로 내건 장병우 사장이 새해 첫 대형 수주를 해외에서 따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수도 리야드에 건설 중인 의료복합단지(SFMC)에 3000만 달러(약 340억원) 규모의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공급 계약을 맺은 것.

해당 승강기는 중동지역 초부유층이 이용하게 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만큼 한국 토종 엘리베이터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과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티센크루프, 코네, 오티스, 쉰들러 등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업체들과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수주를 했다는 점도 의미를 더해 준다. 이번 계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가 발주 예정인 3000만 달러 규모의 제다 지역 제2복합단지 승강기 설치 사업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둔 장 사장은 지난해 3월 18일 취임 당시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10년째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해 온 현대엘리베이터의 향후 방향성을 ‘세계화’로 잡은 것이다. 성장 지속과 위기 탈출의 해법을 해외시장에서 찾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직장 생활 41년 중 39년을 해외 영업에 종사한 장 사장다운 발상이다. 국내에서 클 만큼 컸으니 이젠 해외로 나가야 회사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오너(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 그를 사장으로 발탁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올해 국내 아파트 건설 물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면서 1~2년 후행하는 엘리베이터 판매도 그에 상응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세계화 의지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세계화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해외시장에 나가 철저히 현지화를 해 그 나라의 ‘기업 시민’이 되는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는 ‘수출’이란 말도 이젠 달리 생각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영어로 수출은 ‘엑스포트(export)’인데 이 말 속에는 포트(항구)를 떠나면 잊어버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 그럴 경우 ‘아웃사이더’로 남아 세계화는 이룰 수 없는 만큼 해외시장의 ‘인사이더’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 사장은 지난해 4월 19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세계화 선포식’을 갖고 세계화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효율적 운영체계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5년 후 글로벌 톱7에 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2030년 해외매출을 10배로 늘리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3000억원 수준인 해외 매출을 2020년 9000억원, 2030년 3조6000억원으로 늘려 해외 매출 비중을 23% 수준에서 2020년 40%대, 2030년 70%대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회사를 글로벌 9위에서 2020년 7위로 키우기 위해 수출 대상국 62개국 중 시장매력도 및 진출 용이성을 토대로 인도·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 진출 우선 추진국가를 선정했다. 이들 나라에는 2020년까지 매년 2개씩, 총 10개 법인을 새로 세우고 특히 중국과 터키·인도를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든다는 전략도 짰다.

연간 3조5000억~4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상반기 41.2%의 점유율로 국내에 진출한 독일 티센크루프(27.8%)와 미국 오티스(11.0%)를 한참 앞서고 있다. 국내 엘리베이터 설치 시장은 연 3만7000대 수준. 티센크루프와 오티스는 스위스 쉰들러와 함께 글로벌 승강기 시장에서 ‘톱3’로 불리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다. 33년 전인 1984년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점유율 1위를 고수해 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100년이 넘는 오티스, 쉰들러, 티센크루프 등에 한참 뒤지고 있다.

성장 지속의 해법은 해외시장서…

장 사장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얻어낸 것도 큰 성과다. 지난해 3월 취임 이래 지속적인 수주 확대와 원가 절감에 힘쓴 결과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매출도 1조7588억원으로 21.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6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최근 4년 새 지난 2013년과 2015년엔 적자를 냈었다(그래픽 참조). 회사 측은 “10년 연속 국내시장 1위라는 시장지배력이 바탕이 됐고 원가절감·품질혁신 노력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부터 17년째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일해 왔다. 서울대 영문학과 출신답게 ‘영어 달인’으로 불리며 해외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해외 영업만 39년간 했다. LG상사 재직시 LG산전 세계화 지시를 받고 LG산전으로 옮겨 전력 기기와 엘리베이터 해외 영업을 맡기 시작했다. LG오티스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면서 대표도 역임했다. 1973년 럭키(현 LG화학) 수출부에 입사한 그는 2006년까지 LG에서 33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2014년 경쟁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상근 고문으로 영입돼 지난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을 맡았다.

그러다보니 엘리베이터를 타면 소음, 진동만으로도 어느 부품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는 “‘수직으로 달리는 자동차’로 불리는 엘리베이터도 자동차처럼 부품이 2만개나 들어가므로 부품 품질이 안전과 직결된다”며 부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엘리베이터는 설치에서 유지 보수까지 앞선 기술과 성능, 안전을 담보하는 부품,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등이 함께 하는 종합 제품이라 신경 쓸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얘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3년 동안 많은 부침을 겪었다. 한때 재계 1위를 넘나들었던 현대그룹의 쟁쟁한 계열사들 틈바구니 속에서 지금까지 현대그룹의 일원으로 살아남았다. 그에 그치지 않고 이젠 현대그룹 맏형 역할까지 하게 됐다.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이 격심한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8월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부터 그룹의 주요 현금 창출원이면서 지주사 역할까지 맡게 된 것. 현대그룹은 자산 2조7000억원 규모에 현대엘리베이터·현대아산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새 출발했다.

글로벌 톱7 향해 진군

업계에서는 그의 개인사가 가끔씩 화제가 된다. 장 사장은 한국 영문학계의 거목 고故 장왕록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의 아들이다. 장애와 병마를 딛고 주옥같은 글을 남긴 고 장영희 서강대 영미문학과 교수의 오빠이기도 하다. 장 사장도 한때 영문학 교수나 교사가 되려는 꿈을 가졌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옛 럭키에서 3개월만 해 보자며 시작했던 해외 영업이 평생 자신의 직업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Never Never Give Up’을 모토로 근성 있는 해외 영업을 펼쳐 그간 회사와 업계에 숱한 화제를 남겼다. 직원들에게는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를 꿈꿔라” “사장이 되겠다는 각오로 주도적으로 회사 일을 하라”고 주문해 왔다. 올해 국내시장 전망이 흐려 선두자리 지키기도 무척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세계화를 통해 지속 성장과 위기 탈출의 기회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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