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꺾인 화장품 괜찮나

▲ 중국 관련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화장품 업계는 전전긍긍한다.[사진=뉴시스]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화장품 업계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고 기업의 실적 증가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시장에 ‘한류 열풍’이 분 게 화장품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리스크의 진원지도 ‘중국’이다.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과 다르게 화장품 업계의 계절은 수년째 봄이다. 2011년 6조원대였던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0조원을 돌파했다. 실적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12년 해외 곳곳에서 불기 시작한 ‘K-뷰티’ 바람이 한몫 톡톡히 했다.

이런 성장세의 일등공신은 수출이다. 2011년 8900억원이던 수출액은 2015년 2조93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특히 중국시장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대對중국 수출액은 2011년 대비 668.5%나 증가했다.

높은 수출 증가세는 무역수지도 흑자로 이끌었다. 2011년만 해도 국내 화장품 업계의 수출액은 8915억원, 수입액은 1조957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이 역전됐다. 수입은 1조1018억원으로 크게 늘지 않았지만 수출 규모가 1년 만에 34.8% 증가하며 1조202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후에도 수출은 해마다 17.5%(2013년), 34.5%(2014년), 54.4%(2015년)씩 늘어 지난해 드디어 3조원대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의 실적도 크게 뛰었다. 화장품 업계 국내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2조5547억원이던 매출이 5년 만에 6조6976억으로 162%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높은 성장세에 2014년 9월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제치고 ‘주식부자’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화장품 업계의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보복’ ‘자국산업 보호’ 등 중국발 리스크가 연이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어서다. 한국산 화장품이 무더기 ‘수입 허가 불허’ 판정을 받은 건 대표 사례다.

중국 질검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화장품은 총 68개. 22개 품목이 허가를 받지 못한 호주가 1위의 불명예를 안았고, 그 뒤를 국산 화장품(19개)이 차지했다. 문제는 불허 판정을 받은 호주산 품목 대부분이 비누였던 데 반해 한국산은 에센스ㆍ메이크업 베이스 등이 대다수였다는 점이다.

11월에도 수입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28개 화장품 중 19개가 한국산이었다. 대부분 크림ㆍ에센스ㆍ클렌징 등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품목들이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국산 화장품을 규제한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보복이든 보호든 예의주시해야

물론 중국도, 한국도, 업계도 ‘과한 우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생허가증 부재, 다이옥세인 함량 초과, 효모균 기준치 초과 등을 이유로 (한국 화장품의) 수입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사드배치 보복’이 아니라는 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다수의 화장품 제품이 중국 수입 허가 불허 판정을 받은 것은 서류미비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국제 무역 관행에 어긋나거나 문제가 있다면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사드 배치 때문에 무역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사드와 연관이 있는지 의심이 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우려 수준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도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익명을 원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질검총국이 매달 발표하는 명단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업체들 제품이 많다. 중국시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당국이 요구하는 서류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나타난 결과다.” 한 화장품 업계 전문가는 “중국 당국의 정책이 바뀌면 그것이 우리나라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 화장품 업계가 중국 외 다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수출액 중 중국 매출(홍콩 포함)의 비중은 2012년 36.7%에서 지난해 67.3%까지 올라섰다. 우리 화장품 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2%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해외매출의 70%가량이 중국 매출이다. 중국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출렁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형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잇츠스킨이 그 예다. 잇츠스킨은 따이공(보따리상)을 통해 ‘달팽이크림’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독특한 케이스다. 달팽이크림이 입소문을 타고 높은 인기를 얻자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달팽이크림에 들어있는 성분 중 뮤신과 EGF이 문제가 돼 위생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의존도가 높으면 리스크도 크다

결국 잇츠스킨은 지난해 중국향 실적이 감소하며 매출액(-13.6%ㆍ이하 전년 대비), 영업이익(-34.4%), 당기순이익(-30. 1%)이 모두 악화됐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말 완공되는 중국 저장성 후저우湖州 생산 공장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아직까진 우려에 그치고 있지만 중국이 아니더라도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포스트 차이나 마켓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최근엔 선진시장에서 우리 화장품 반응이 좋다.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은 아니지만 유럽시장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알려가고 있다. 대미 수출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란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