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논란

▲ 국토부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할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서울을 관통하는 외곽순환고속도로가 있다.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남부구간보다 민간이 만든 북부구간이 ㎞당 2배 이상 비싸다. 민간운용업체의 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토부는 ‘통행료를 낮추는 대신 운영권을 20년 연장하는’ 대책을 내놨다. 북부구간 운영주체인 국민연금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따져보면 시민들이 내는 통행료는 도긴개긴이다. 누구를 위한 대책일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부터 김포~시흥~청계~성남~구리~의정부 등 주요 수도권 지역을 잇고 있다. 9개 분기점을 통해선 각 지역의 도로가 연결된다. 많은 시민이 이 도로를 이용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북부구간이 개통된 2006년 이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갈등의 원인은 통행요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둘로 나누는 북부와 남부의 통행료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퇴계원부터 일산을 잇는 남부구간의 통행료는 91.7㎞에 4600원(1종 차량 기준). 반면 일산부터 퇴계원을 잇는 북부구간은 36.3㎞에 통행료가 4800원에 달한다. 1㎞당 통행료로 환산하면 남부구간은 50원, 북부구간은 132원이다. 차이는 무려 2.6배. 북부구간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남부구간과 북부구간의 통행료는 왜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두 구간의 운영주체가 달라서다. 남부는 재정구간이고 북부는 민자구간이다. 쉽게 말해, 남부구간은 나랏돈으로 만들어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고, 북부구간은 민간 자본이 투입돼 민간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이하 서울고속도로)가 운영한다. 운영권이 주어지는 30년 동안 민간사업자가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북부구간의 통행료가 높게 책정된 이유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고속도로의 지분 86%는 국민연금공단, 나머지 14%는 외국투융자회사인 다비하나이머징인프라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말이 민간사업자이지 실질적으로는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국민연금의 자금은 곧 국민의 돈”이라면서 “그럼에도 통행료는 높게 책정돼 민간사업자만 이득을 보고 국민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간사업자 실질적 주인은 국민연금

실제로 서울고속도로가 투자비용을 훨씬 웃도는 이익을 보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통행료 산정방식에 허술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사업자와 국토교통부가 협의를 통해 정한다. 산출 근거는 사업자가 투자한 비용이다. 민간사업자 운영기간인 30년 동안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야한다는 거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경우 어떨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짓는데 들어간 총 비용은 약 2조2792억원. 그중 민간자본은 1조4848억원가량 투입됐다. 서울고속도로는 30년 동안 1조4848억원을 회수하면 되는 셈이다.


서울고속도로가 북부구간을 개통한 2006~2015년 벌어들인 순이익(통행료 수입-운영비)은 약 9044억원이다. 단순계산으로 따져 봐도 30년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2조700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연간 순이익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수익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민자고속도로 중에 흑자를 보고 있는 곳은 없다”면서 서울고속도로 측에 매해 300억원가량의 최소 운영수익 보장금(MRG)까지 주고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와의 최초 협상시에 받은 수익예상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익예상치는 민간사업자가 제공하는데, 실제보다 과장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현재 민자도로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 가운데 수익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익을 내는 곳은 전무하다. 최승섭 부장은 “통행료, 수익보장률 등은 사업 초기에 협의를 통해 모두 정한다”면서 “문제는 정확한 협의 내용과 근거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체 비용으로 보면 도긴개긴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내용은 이렇다. “통행료를 인하하면 서울고속도로의 매출이 줄어든다. 그 손실을 민간사업자 B로부터 투자를 받아 메운다. 2036년 서울고속도로의 운영기간이 끝나면 민간사업자 B가 추가로 20년간 운영해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통행료를 낮추는 대신 민간사업자의 운영기간을 20년 더 늘려준다는 게 골자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의 이익은 보전되고 후발 사업자도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올해 말이면 무리 없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그럴싸해 보이는 대책이다. 통행료 인하가 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방안을 적용하면 4800원에 이르는 북부구간 통행료를 최대 2616원에서 최소 3385원까지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엔 맹점이 있다. 당장의 통행료는 낮출 수 있지만 민자운영기간이 20년 늘어 전체기간의 비용을 따져보면 효과가 크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하루에 두번 출퇴근길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이용하는 사람 A씨가 있다. 현재 수준 그대로 2036년까지 통행료 4800원을 내고 그 이후부터 2056년까지 도로공사 기준 통행료 1815원을 낸다면 A씨가 내야할 총 통행료는 9375만원이다. 반면 개선방안이 도입될 경우 총 통행료는 6801만~8801만원이다.

다소 줄긴 했어도 같은 기간 남부구간의 통행료 4719만원과 비교하면 북부구간 이용자의 손해가 큰 건 여전하다. 손해를 보는 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뿐이라는 얘기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 개선안, 누구를 위한 것일까.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