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이후 15% 하락 바닥인가 더 추락할 건가

국내 화장품 업종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지난해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결정 이후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화장품 업체 9곳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사드 배치 후 평균 15%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지금이 바닥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거다.

▲ 중국발 리스크의 영향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발 리스크에 국내 화장품 업종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중국의 한국화장품 압박은 2015년 ‘따이공代工(보따리상) 규제’에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수입 거래질서와 절차를 바로잡겠다”면서 따이공의 해외 구매대행 업무를 밀수로 규정한 결과였다.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이후엔 규제의 강도가 높아졌다. 한류 금지령(한한령限韓令), 저가 여행 규제(소핑일정 1일 1회 제한ㆍ2016년 10월), 한국행 전세기 운항 신청 불허(2016년 12월)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이 잇따라 등장했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 지난해 12월 화장품 위생 감독 조례를 수정해 한국 화장품의 주름 개선ㆍ미백 화장품을 특수 화장품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중국 화장품 수입 물량의 52%에 해당하는 국내 화장품이 수입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발 더 나아가 올 5월부턴 해외직구를 통해 수입되는 국산 화장품에 위생허가증을 요구하고, 행우세(행정세+우편세) 50% 면세 혜택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잇따르자 투자 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국내 화장품 업체 9곳의 지난해 7월 15일~올 2월 15일 주가를 분석한 결과, 평균 15.3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15일을 기준점으로 삼은 건 사드 배치(2016년 7월 8일) 이후 주가등락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화장품 업종의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해 7월 44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은 끝에 지난 15일 29만원까지 추락했다. 6개월 만에 34.24%나 떨어진 셈이다. 실적 역시 크게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주가도 지난해 7월 15일 112만원에서 지난 15일 84만4000원으로 24.64% 하락했다. 2016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했음에도 주가는 되레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화장품 업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는 방증이다. 한국콜마(-22.66%), 코스맥스(-7.32%), 에이블씨엔씨(-33.93%), 토니모리(-33. 84%), 잇츠스킨(-44.07%) 등 중소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도 같은 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 주가 등락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곳은 ‘제이준(8.03%)’ ‘한국화장품(53.32%)’ 두곳에 불과했다.
▲ 중국이 국내 화장품 업체를 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화장품주株의 ‘봄날’은 사라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견이 엇갈린다. 무엇보다 중국 규제가 더 강해지면 화장품주 특유의 활력이 사라질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이 국내 화장품 업체들에는 최대 시장이라서다. 반론도 있다. “최근의 주가하락세가 사드 보복 탓이 아니기 때문에 화장품주는 얼마든지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예년만큼 날개를 펴지 못하는 건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 조치 때문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내수진작정책을 구체화하고 있어서다”면서 “지금과 같은 냉각기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강수민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 화장품 수입을 관리했다면 수출액이 크게 줄어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수입 불합격 리스트에도 대표기업의 제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보복을 할 때는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보통”이라며 “정책적으로 한국 화장품에 수입 불허 조치를 취했다면 대표기업에도 의도적으로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장품 업체의 위기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또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거다. 아모레퍼시픽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지난해 7월 15일 33.50%에서 지난 15일 37.31%로 4.31% 증가했다.

중국 한한령에 화장품 주가 출렁

LG생활건강은 43.09%에서 45.69%로 한국화장품은 0.5%에서 2.18%로 늘어났다. 화장품주가 급락세를 띠고 있음에도 외국인 투자 비중인 늘어난 셈인데, 이는 국산 화장품의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막연한 우려는 금물”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중국의 보복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어차피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 업체별 경쟁력에 따라 뜨는 기업과 지는 기업이 분명하게 갈라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사드 이슈만 해결되면 화장품 업종의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업의 펀더멘탈과 산업 트렌드 변화에 집중해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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