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7人이 내다본 화장품 미래

▲ 국내 화장품 업체에 미주ㆍ유럽시장 공략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아직까진 문화 차이, 브랜드파워 부족 등에서 갈 길이 멀다.[사진=뉴시스]
중국의 한한령이 국내 산업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있다. 중국시장 매출이 전체 실적의 절반에 달하는 화장품 산업도 위기에 빠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를 반영하듯 화장품 업종의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크게 출렁였다. 과연 우려는 현실화할까. 증권사 애널리스트, 업체 관계자 등 7인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화장품 산업에 위기설이 돌고 있다. 거침없이 성장하던 화장품 업종이 고꾸라지고 있어서다. 최근 화장품 업종의 분위기는 좋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화장품 업계의 두 공룡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지난 10년간(2006~2016년) 시가총액 상승률이 전체 상장사 가운데 7위와 5위에 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는 지난해 말 꺾이기 시작해 하반기에만 약 17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원인을 ‘중국시장’에서 찾는다. 중국시장 호재로 급성장했다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이슈, 한류 금지령(한한령) 탓에 주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국내 화장품 산업의 전망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업계 관계자 등 전문가 7인에게 화장품 산업의 미래를 물어봤다.

전문가 7명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동향을 얘기하면서 중국시장을 빼놓지 않았다. 더이상 국내 화장품 산업과 중국시장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게 됐다는 방증이다. 강수민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이슈가 터질 때마다 화장품 업종의 주가는 약 5%씩 오르내린다”면서 “그만큼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건데,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만 해도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시장 매출이 40%대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체 A사 관계자는 “국내 매출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지만 그중 대부분은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보따리상이 대량 사재기한 경우”라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의 매출은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 이슈에 따른 한한령이 국내 화장품 업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는 의견이 갈렸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리스크가 화장품 업체의 리스크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중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는 수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점유율도 매우 낮다. 중국시장의 전체 리스크가 국내 기업에 일일이 적용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갑자기 보복조치를 가한다고 해도 권한이나 계약 관계가 얽혀 있는데 갑자기 끊을 수는 없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다소 달랐다. 그는 “중국의 규제 조치는 확실히 우리 업체에 악영향을 줬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업종지수나 시가총액은 많이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중국의 규제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문제는 규제가 언제 풀릴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대만 있을 뿐 확신은 없는 상황이다.”

▲ 중국 정부의 입김에 위기설이 대두될 정도로 중국시장이 국내 화장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드 이슈와 중국 한한령을 걸고넘어지지 않더라도 높은 중국 의존도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단점이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중요한 건 중국이 아니라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라면서 “의존도가 높을수록 안 좋은 영향도 그만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수민 애널리스트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부 시장에 집중하면 리스크가 많아지게 마련”이라면서 “당장 위험요소가 없다고 해도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동남아, 미주, 유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화장품 업체 B사 관계자는 “꾸준히 다른 시장을 두드리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까지 해외 매출 중 70%이상이 중국 매출이다. 다만 최근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와 중동, 유럽, 미국 등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신시장 진출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남아 국가는 시장이 작고, 미주나 유럽 등은 문화가 달라 우리 기업이 끼어들 틈이 좁다”면서 “아직 진출하지 않은 중국 지역의 문을 두드리는 게 나은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용선 애널리스트도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미주ㆍ유럽시장을 노크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면서 “우리 기업의 브랜드력이 아시아권에 국한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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