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지난 칼럼(226호)에 이어 스마트폰에 빠진 아들 녀석을 위해 집에 들인 애견 얘기를 해보자. 결론적으로 손바닥만 한 강아지로 손바닥만 한 기기에 갇힌 아들 녀석을 끌어내 보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았다.

21세기가 SNS와 디지털 기기로 대변된다면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지하철에 앉아 가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연신 들여다본다. 혹자는 향후 50년 동안은 인간이 이 기기를 들고 다닐 것이라 예언하기도 한다. 문제는 손 안의 PC, 내 몸의 일부로 여겨지는 기기를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을 취하며 스마트하게 처신하느냐다.

특히 문제는 일반 청소년 그룹인데 그들은 일 평균 4시간 이상 모바일 메신저, 검색, 온라인 게임 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터넷 중독은 모든 연령층을 대비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일부 유아는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으면 떼를 쓰며 밥도 먹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봐도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게임에 빠져 인격 형성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깡지’라 이름 붙인 강아지 얘기로 돌아가 보자. 물컹거리는 촉감이 싫어 개를 만지지도 못하던 아내는 작은 강아지에게 애정을 듬뿍 쏟게 됐고 아들 녀석도 스마트폰을 잠시 접고 깡지와 교감을 나누는 듯했다.

필자의 관찰 결과, 실내견은 시골집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과 차원이 달라 인간의 품에서 귀염을 받도록 인위적으로 조작된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야생에서 멧돼지에게 덤비던 야성은 온데간데없고 정량의 사료, 물, 특식으로 설탕물과 비타민을 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한 생명체에 불과했다. 수시로 병원을 찾아 예방 접종을 하고 무르기 등 변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기저귀에 소변을 묻혀 가며 배설물 가리기 훈련을 해야 했다.

글을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필자는 가장 먼지 깡지의 똥부터 치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수고스럽긴 하지만 작은 강아지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기쁨은 작지 않았다. 몰티즈는 작은 얼굴에 비해 털이 긴 편인데 그것을 서투르게나마 깎으니 초롬하게 빛나는 작은 눈이 더욱 돋보인다. 똥을 밟았던 작은 발을 씻겨주고 눈곱을 떼어준 후 품에 안으면 필자가 그토록 원하던 딸을 얻어 안은 기분이다.

아내는 어디선가 작은 핀을 구해와 깡지의 머리에 꽂았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터졌다.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다른 애견인들처럼 우리 네식구 역시 깡지를 애기라고 부르게 됐는데 등본에 가족으로 등재만 못 할 뿐, 우리 가족은 드디어 다섯이 됐다. 그러던 깡지는 얼마 후 동물 병원에서 귓속의 털을 뽑힌 후 먹이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필자는 뭔가 잘못 돼간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