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도덕의 뿌리 깊은 신념을 깨부수다
지구촌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우리를 갈라놓는 도덕적 경계선은 뚜렷해진다. 세법 개정부터 동성 결혼, 지구 온난화까지 온갖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인류가 하나의 땅 위에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까지 생기는 요즘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갈등 원인을 ‘상식적 도덕의 비극’에서 찾는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네가 옳다고 믿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거다. 또 인간의 현재 사고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갈등은 오히려 심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도덕성을 지닌 인간이 왜 갈등하고 분노할까. 서로 싸우고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우리의 도덕성이 집단 내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보다 ‘우리’를 앞세우는 인간의 또다른 성향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거다.
수많은 논란 끝에 폐기를 앞둔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분쟁을 보자. 자유주의자들은 오바마 케어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한걸음이라고 찬양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그것이 파멸적인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걸음이라고 경멸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옳은 것’에 따라 행동했으며 다른 편이 도덕적으로 틀렸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자유주의자가 편협하다거나 보수주의자는 비도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우리 집단의 가치관으로 채색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도덕적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 책은 우리가 지녀온 도덕성의 뿌리 깊은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해답을 찾아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본능과 한계를 초월해야 집단을 넘어서는 큰 범위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렵지만 의미 있는 결론이다.
세가지 스토리
「리씽크」
스티븐 풀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아들러의 철학이 유행하고 스님의 명상서가 인기를 끈다. 한물간 듯 했던 인문학과 고전에 열광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왜일까. 저자는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태양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면 문제의 해결책을 획기적인 기술 발명이 아닌 인류 공통에게 이미 주어진 지혜의 유산에서 찾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발헬름 슈미트 지음 | 책세상 펴냄
현대인은 끝없이 흐르는 시간, 질주하는 문명의 한 가운데를 살아간다. 불안, 분노, 우울, 허무를 느끼며 삶의 가치에 대한 혼돈과 실존적 고통을 느끼지만 멈춰서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멈춰있는 시간의 무게감을 견딜 수 없고, 고독과 외로움은 경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고독이야말로 사색의 행복과 충만한 삶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라고 말한다.
「도시, 문명의 꽃」
앤드류 리즈 지음 | 다른세상 펴냄
지역마다 도시의 발전 시기는 달랐지만 도시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이 책은 기원전 4000년 전 세워진 초기 도시부터 정치적ㆍ문화적으로 두드러진 도시들을 시대별로 살펴본다. 도시역사학자인 저자는 세계대전이 도시에 미친 영향, ‘거대도시’에서 일어난 폭발적 성장 등을 살펴보고 도시 공간과 도시에서의 삶, 사람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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