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인간은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 굳이 헌법적 가치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사상의 자유는 천부인권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대한민국이 사상을 제한한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여 있다. 만약 이 논란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천인공노할 짓을 한 것이다. 사상의 ‘다름’은 존중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이 블랙리스트 논란에 얼룩졌다.[사진=뉴시스]
모든 국민에겐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건 국민의 권리다. 이런 헌법적 선언은 인간 본연의 가치다. 어떤 권력도 훼손해선 안 된다.
그런데 인간에게 가장 취약한 것 또한 사상이다. 나쁜 사상에 빠지면 부모도, 자식도, 스승도, 제자도 사라진다.

그 후유증은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경제를 퇴보시킨다. 때론 사상을 국가가 통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21세기 정부 가운데 인간의 사상을 통제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인터넷과 SNS가 급성장한 지금, 사상을 획일화하거나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IT강국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에선 더더욱 불가능할 것으로 우리는 믿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터졌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반대하는 예술문화인을 모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제약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정권 입맛에 길들이기 위해 천인공노할 짓을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정권에 반대하는 사상을 개조하기 위해 저질러진 역사적 사건을 회고하려 한다. 가장 오래된 사상 개조의 역사는 기원전 2000여년 진시황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일곱 나라의 땅을 복속한 진시황은 문화와 사상을 통합할 수밖에 없었다. 해양국이던 피정복국가의 국민성이 엄숙단정했던 진나라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나라는 영토가 워낙 넓어 문화와 사상을 통일하지 않고선 통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진시황이 문화와 사상을 통합한 이유는 또 있다.

당시는 봉건시대였다. 진시황이 통일하기 전 중국은 각 지역의 제후들이 사실상 통치를 했다. 중앙집권제를 꿈꾼 진시황은 나라의 기록, 장서, 의약, 복서, 농업서적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뺀 나머지 사상ㆍ문화 책자를 불살라 버렸다. 유학자 수백명을 생매장하는 전대미문의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도 저질렀다.

근대의 역사적 사건으로는 중국 홍위병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 마오쩌뚱毛澤東이 권력 강화를 위해 주도한 경제대약진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반대세력이 고개를 내밀었다. 마오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홍위병을 선동, 사상문화계 지식인을 숙청했다. 1966년 문화대혁명은 이렇게 터졌는데, 그 후유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상이 무서운 이유는 어쩌면 간단하다. 사상에 몰입된 사람은 합리적인 판단력을 잃은 채 무의식적, 몽환적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종국엔 반대사상을 향한 증오가 커지고, 무자비한 폭력사태가 벌어진다. 사상 가운데 ‘틀린 건’ 없다. ‘다름’이 있을 뿐이다. 이는 권력자에게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 요인이다. 반대 사상을 다른 사상으로 인식하면 승화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용할 ‘용容’자를 떠올려 본다. 풀어보면, 골짜기谷를 덮어씌우는 형상이다. 서로 다른 사상의 간극인 골짜기를 잇는 게 리더의 첫째 덕목임을 시사하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차기 대통령도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