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40대 싱글여성의 재무설계

단기적금은 1년마다 만기돼 찾는 기쁨이 쏠쏠하다. ‘1년 동안 이만큼 모았구나’라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먼 미래를 준비한다면 장기상품이 적절하다. 문제는 제대로 조회해보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비슷한 상품에 여럿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 재무상황을 파악해 단기목표와 중·장기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김성희(가명ㆍ44)씨는 중소기업 과장으로 근무하는 40대 싱글여성이다. 전세이긴 하지만 열심히 모아 전세보증금 8000만원짜리 오피스텔도 구했다.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도 다녀오곤 한다.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고, 혼자 생활하다 보니 돈 들어가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김씨는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에 휩싸였다. 월수입의 상당 부분을 금융상품으로 넣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참에 재무상황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김씨에겐 3가지 목표가 있다. 오를 것에 대비한 전세자금 여유분(2000만원)과 해외여행비(250만원)를 모으는 게 첫번째 목표다. 두번째는 결혼자금(3000만원)이다. 당장 계획은 없지만 만약을 위해 준비해두고 싶은 마음에서다다. 마지막 목표는 노후자금으로, 김씨는 60세가 되는 해부터 월 200만원을 연금으로 받고 싶다. 하지만 아직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김씨가 이번 점검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먼저 김씨의 현재 재무상황을 살펴보자. 김씨의 소득은 290만원. 이중 156만원은 총 8개의 저축 또는 보험에 넣고 있다. 정기적금 25만원을 비롯해 손해보험저축보험에 14만원, 하이브리드 유니버설보험에 6만원씩 넣고 있다. 중복되는 상품도 많다. 월 20만원과 30만원을 납입하는 변액유니버설보험이 2개, 연금저축도 20만원과 10만원씩 2개 상품에 납입하고 있다. 31만원씩 납입하는 보장성보험도 있다.

다음은 소비성 지출이다. 가장 큰 지출은 교통비를 포함한 생활비(60만원)다. 여기에 관리비와 공과금으로 매달 7만원, 부모님 용돈도 18만원씩 드리고 있다. 병원을 가거나 이따금 영화를 보는 데 드는 돈은 월 3만원가량.

문제는 비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돈도 많다는 거다. 김씨는 매년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데, 이때 250만원 정도 쓴다. 명절(30만원)때나 경조사비(60만원)로 나가는 돈도 꽤 되고 옷이며, 신발, 미용에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 월 평균으로 따져보면 36만원에 이른다. 비소비성 지출(156만원)에 소비성 지출(88만원), 비정기지출(36만원)을 합하면 김씨가 한달 평균 쓰는 돈은 280만원이다. 남는 10만원은 따로 고정저축에 넣지 않고 그냥 두는 편이다.

자, 그렇다면 단기ㆍ중기ㆍ장기 3가지 목표를 위해 김씨는 가계부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먼저 1년 안에 2000만원의 전세자금 여유분을 마련하려면 월 169만원(은행적금 이자 1.3%일 경우)씩 모아야 한다. 선물구입비까지 생각해 여유 있게 해외여행자금을 모으려면 매월 23만원씩은 저축해야 한다. 1년 동안 한달에 192만원씩 저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가 1년짜리 적금에 붓고 있는 돈은 25만원이다.
다음으로 중ㆍ장기 목표를 점검해보자. 5년 안에 결혼자금 3000만원을 모으려면 지금부터 50만원씩 투자해야 한다. 노후연금은 어떨까. 김씨가 60세부터 35년간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매월 200만원을 3%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계산하면 총 12억1647만원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40%를 충당할 수 있다 치더라도 최소 6억원이 필요하다. 매달 128만원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재무목표에 어긋나는 재무상황

얼핏 봐도 김씨의 재무상황과 저축상품, 재무목표는 전혀 맞지 않는다. 대대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일단 2개의 변액유니버설보험부터 손보기로 했다. 20만원 상품은 그대로 유지하고 30만원씩 납입하는 나머지 상품은 해지했다. 6년 2개월 동안 납입한 해지환급금(2100만원)은 단기목표를 이루는데 쓰기로 했다. 2000만원은 전세자금 여유분으로 두고, 나머지는 여행경비로 쓸 계획이다. 부족한 여행경비는 1년 정기적금(25만원)을 타면 충당하기로 했다.

월 30만원짜리 변액유니버설보험을 해지함과 동시에 2개의 연금저축(20만원ㆍ10만원), 손해보험저축보험(14만원), 하이브리드유니버설보험(6만원)도 조정해 여유자금 80만원을 만들었고, 저축상품에 재배치했다. 80만원 중 50만원은 금리가 높은 A저축은행(4%)에 매월 납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30만원은 미국달러 관련 펀드상품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김씨의 중ㆍ장기 목표를 이루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노후연금 준비가 벅차다. 그래서 월 31만원씩 납입하던 보장성보험을 17만원으로 줄여 14만원의 여유자금을 만들고, 문화생활비(3만원)와 비정기적인 지출(월 평균 36만원)도 지출 항목에서 제외해 총 53만원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연금저축(20만원)과 외화적금(20만원)에 가입해 미래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제 김씨는 23만원(13만원+잉여자금 10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이것은 CMA에 넣어 정기적금으로 생길 여유자금과 함께 비정기 지출에 사용하기로 했다.

열심히 벌 줄만 알고, 관리는 뒷전인 직장인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종종 오류도 생긴다. 단기적인 목표만 세우다보면 미래가 불안하고, 장기 투자만 하자니 당장 급한 돈이 필요할 때 융통이 어렵다. 내가 갖고 있는 자금으로 어떤 단기목표를 세울 수 있고, 또 먼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김씨처럼 한번씩 자신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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