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실적 부진 이유

▲ CJ E&M은 지난해 1조538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280억원에 불과했다.[사진=뉴시스]
올겨울 거리에 롱코트를 입은 남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 드라마 ‘도깨비’의 흥행이 만들어낸 트렌드다. 당연히 ‘도깨비’를 만든 CJ E&M의 실적도 가파르게 증가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회사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도깨비 신드롬’이 올겨울을 강타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는 마지막회 시청률 20.5%를 기록하며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드라마 상품들도 대박이 났다. 도깨비의 흥행에 힘입어 CJ E&M의 지난해 하반기 광고 단가는 전년 대비 30%가량 상승했다. 4분기 실적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도 높아졌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1년 가까이 8만원대에 오르지 못하던 주가가 1월 26일 8만98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지난 2월 8일 CJ E&M의 2016년 4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주가는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7만원대로 떨어졌다. 1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던 영업이익은 19억원(전년 대비 -84%)에 그쳤다. 2016년 전체 매출액은 1조5384억원으로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반토막(전년 대비 -46.9%) 났다. 도깨비를 비롯해 tvN ‘또 오해영’ ‘삼시세끼’ ‘혼술남녀’ ‘수요미식회’ 방송 콘텐트의 흥행이 무색해졌다.

 
이유는 영화 부문의 부진한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영화 부문은 239억원의 적자를 냈다. CJ E&M은 지난해 ‘인천상륙작전’ ‘마스터’ ‘아가씨’ ‘아수라’를 비롯한 한국 영화 16편과 ‘쿵푸팬더’ 등 외국 영화 8편을 배급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만 지난해 영화 흥행 순위 10위안에 들었을 뿐 전체적인 흥행은 저조했다. 2012년 27.2%이던 관객 점유율은 17.4%(2016년)까지 떨어졌다.

그럼 영화 부문이 부진했던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영화 관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 수는 2억17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8만명가량 줄었다. 관람객이 줄어든 것은 7년만에 처음이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영화 관객의 발목을 잡은 게 나쁜 실적을 부른 셈이다.

VOD 시장의 성장도 한몫했다.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최신 개봉작을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크린 확보가 어려운 영화는 VOD 시장에서 최초 개봉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국 영화의 부실한 콘텐트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영화기획사의 독과점 때문에 독립영화 등이 설자리를 잃은 게 타격을 입혔다는 거다. 영화 관계자들은 “대기업 배급사들이 상영영화로 스크린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소규모 저예산 영화가 힘을 잃으면 결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