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잡아라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말이 유행할 때만 해도 해외 여행은 부모 세대의 희망사항이었다. 요즘 중장년층은 다르다.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해외여행에 지갑을 여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저유가와 엔저까지 겹치면서 중장년층의 해외여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행업계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 50대 이상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패키지 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매년 2분기(4~6월)와 4분기(10~12월)는 여행업계 비수기로 통한다. 직장인들의 휴가나 학생들의 방학이 있는 성수기와 달리 해외여행객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주요 여행사들의 2분기, 4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4월(2015~2016년)의 해외여행객 수를 비교해보면, 하나투어는 23.6%, 모두투어는 13.9% 증가했다. 특히 모두투어 2분기 영업이익 기여도는 2005~2011년 9.8%에서 2011~2016년 16.8%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에는 20%까지 오를 거란 전망이다. 여행업계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도 5월과 10월 황금연휴뿐만 아니라 2~4월의 선예약률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두 회사 모두 30%를 웃돌았다.

여행업계 수익구조가 달라지는 이유가 뭘까. 하나투어 관계자는 “은퇴하거나 자영업자로 전환해 시간 선택이 자유로워진 50~60대 ‘액티브 시니어’들이 비교적 저렴한 비수기 여행을 선호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50대 이상 출국자는 2011년 311만명에서 2016년 575만명으로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출국자도 113만명에서 211만명으로 87% 늘었다. 여행업계가 중장년층을 겨냥해 그들이 선호하는 일본ㆍ유럽여행 패키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유석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추세에도 패키지 상품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중장년층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2013년 기준 4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50대 이상의 비중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중장년층의 해외여행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저유가 상황, 유난히 많은 연휴, 엔저 등도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장년층이 이끄는 일본의 여행시장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국제수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여행을 통한 지출은 231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꽉 닫혀 있는 지갑이 해외에선 활짝 열린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을 봐도 중장년층의 해외여행 증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본에서는 지난 30년간 전체 소비 지출 금액이 줄었지만, 문화ㆍ레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김윤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여행업계는 중장년층의 높은 해외여행 수요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인구 구조면에서 일본을 뒤따라가는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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