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작된 도시’ 後日譚

▲ 영화 ‘조작된 도시’는 ‘망작亡作’이라는 냉소적인 평가와 최소한 티켓 값은 한다는 평가가 공존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평점 논란이 가열되는 것을 보면 흥행은 성공적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영화 ‘조작된 도시’의 평점이 극과 극이다. 관객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8.6점으로 높지만 전문가 평점은 5점이다. 전문가들은 ‘조작된 도시’를 두고 “과하게 조작되고 뻔하게 해소한 영화” “흥을 주체 못하고 혼자 달린다” “개연성을 깜빡했다”고 힐난했다. 반대의견도 있다. 최고의 오락, 최고의 쾌감이라며 높은 점수를 준 전문가도 있다. 누리꾼 리뷰도 극과 극이다. ‘망작亡作’이라는 냉소적인 평가와 최소한 티켓 값은 한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조작된 도시’는 강추(강력추천)까진 아니더라도 ‘볼만해’ 정도다. 볼만하다는 근거는 이렇다. 첫째, 기대를 많이 하고 본 작품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실망이 덜했다. 지창욱, 심은경, 오정세 등 연기파 배우가 출연하지만 ‘최강 캐스팅’이니 ‘호화 캐스팅’이니 하는 홍보 문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배우에 기대 요란한 홍보를 일삼는 영화보다는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은 편이다.

박광현 감독이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조작된 도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실이 아닌 조작된 세계일 수 있다고 분노하는 영화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수 ‘권유(지창욱)’는 게임 세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백수 그 자체다. 어느 날 우연히 PC방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달라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게 되고 이후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모든 증거는 짜 맞춘 듯 권유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권유의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인 ‘여울(심은경)’은 이 모든 것이 단 3분 16초 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됐음을 알게 된다. 온라인 게임 멤버들은 모여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조작된 세상에 짜릿한 반격을 한다.

영화에선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계급 사회의 모순도 엿볼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재벌과 같은 사회 권력자들이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서민들에게 자신의 살인죄까지 덮어씌운다는 설정을 통해 돈과 권력, 또 다른 계급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등장인물도 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인물 민천상(오정세). 변호사인 그의 얼굴엔 사회성 결여의 원인이자 열등감의 표식인 큰 반점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이 시대의 지식인이자 조작의 실행인. 그는 곧 죄책감 없는 현대인이자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이고, 가해자다. 가해자가 피해자처럼 보이고 피해자는 가해자로 둔갑하는 조작이 난무한 이 사회의 민낯이 민천상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천상의 파멸은 권선징악, 해피엔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민천상을 만든 이 사회는 그대로 살아있다.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유유히 사라진 사무장(이하늬)처럼 말이다.  
권세령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christin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