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

아이티로그인은 유무선 네트워크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이다. 조달 비즈니스에 강해 ‘나라장터’ 시장점유율이 60%를 훌쩍 넘는다. 김태현(47) 아이티로그인 대표는 “직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는 “직원들과 더불어 행복한 회사, 직원들과 서로 웃으면서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사진=천막사진관]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져 고환율이 덮쳤을 때 지하 30층까지 추락했었습니다. 몇십억의 환차손을 봤어요. 직원들과 함께 한층 한층 올라오면서 회사가 오래갈 수 있는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죠. 3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와의 윈윈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는 “어떤 환경에서든 최적화된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게 좋은 경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당시 오디오와 네트워크 장비를 제조했었습니다. 하이마트,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납품을 했죠. 제조업체가 수금을 하려면 대여섯 단계를 거치고, 기간도 넉달은 걸립니다. 환차손으로 큰 손실을 보다 보니 회사 형편이 너무 어려워 직원들에게 ‘퇴직금 줄 수 있을 때 떠나라’고 했어요. 다행히 지분율이 100%인 과점주주寡占株主라고 신용보증기금에서 10억원을 빌려줬고, 구반포에 있던 집을 팔아 회사를 살렸죠. 이때 직원들 사이에 ‘자기 집 팔아 회사 살린 사장’이라는 평판이 생겨난 거 같습니다. 회사를 지키겠다는 직원들과 똘똘 뭉쳐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제조업을 접고 2009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뛰어들기로 했죠.”

아이티로그인은 유무선 네트워크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를 기업ㆍ개인에 공급하는 전문기업이다. 조달 비즈니스에 강해 조달청 종합 쇼핑몰 ‘나라장터(www.g2b.go.kr)’ 유무선 네트워크 부문 계약이행실적 평가에서 2013년 이래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나라장터 시장점유율은 무려 63%에 이른다.

네트워크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시스코 제품을 조달청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 아이티로그인은 시스코와 국내 조달시장 총판 계약을 맺고 있다. 시스코의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솔루션 머라키를 공공시장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원, 최근 5년 연 15%씩 성장했다. 

✚ 나라장터 시장 점유율이 63%나 되는 비결이 뭡니까?
“구성원 간의 신속하고 철저한 정보 공유입니다. 직원들과 작전 회의를 자주 하고, 저나 두명의 사업부장이 밖에서 입수한 정보, 모르면 실수할 수 있는 정보를 모바일 메신저로 즉시 공유합니다. 결국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죠.”

수금을 맡은 영업부는 하는 데까지 하다 안 되면 영업부ㆍ법무팀 간 회의를 거쳐 법무팀에 일을 넘긴다. 그 결과 미수채권이 과거보다 줄었다.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무리하게 쪼지 않습니다. 미수 문제로 회의 때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고 심지어 결재판이 날아다니는 회사들도 있거든요.”

✚ 직원들이 회사와 정보를 잘 공유하려 듭니까? 중소기업은 직원들이 독립해 친정 회사와 경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상위 정보를 독점하려 직원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사장도 있죠. 우리 회사는 순익의 10%를 인센티브 형태로 직원들에게 돌려줍니다. 업계 인센티브는 보통 5% 선이죠. 14~16년 장기 근속한 직원들과는 공동대표제로 가려 합니다. 장기 근속자들은 그래서 차기 대표에 대한 기대치가 있어요. 이미 협력사가 따로 없는 미군부대 등에 대한 마케팅을 담당하는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아이티로그인은 직원들이 신혼집 마련, 부모 입원 등으로 500만~5000만원 목돈을 필요로 할 때 무이자로 빌려준다. 중소기업이지만 사무실 곳곳에 공기청정기와 대형 화분이 놓여 있다. 직원들 건강에 대한 배려다. 퇴사하는 직원은 거래처로 다시 아이티로그인과 관계를 맺는다. 

“300개 협력업체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나가서 우리 물건을 팔아달라고 합니다. 원가도 알고 있으니 더 좋은 조건으로 장비를 공급하겠다고 하죠. 퇴사자를 주변에 소개한 일도 있어요. 나쁘게 나갈 일이 없다 보니 오비들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죠.” 나라장터를 통해 납품을 할 땐 회사 박스에 담아 조달이라고 표시된 스티커를 붙인다. 이렇게 하면 다른 물품과 섞이지 않고, 국가에 납품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에서 더 조심스럽게 다룬다고 한다.

✚ IT 회사가 왜 용산에 자리 잡았나요?
“전자상가가 가까워 배송이 빠릅니다. 용산역, 서울역, 김포공항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죠. 임대료가 비싸지만 입지는 좋은 편입니다.”

나라장터 시장점유율 63%

✚ 나라장터를 통한 조달 비즈니스의 이점이 뭔가요?
“납품을 하면 검수 후 15일 안에 현금 결제가 됩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다음 달 말일 결제가 일반적이죠. 일반 기업은 6개월짜리 어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합니다. 자사 제품의 품질에 자신이 있고 전국적으로 배송 및 유지ㆍ보수를 할 수 있으면 도전해 볼 만합니다. 또 최저가 입찰과 달리 담당 공무원이 책임지고 구매하는 것이라 최저가로 베팅을 하지 않아도 되죠.”

✚ 나라장터엔 어떤 기업들이 참여하나요? 어떤 제품을 팔죠?
“공공 부문이 필요로 하는 의식주 전 제품입니다.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우리 회사는 청와대, 검찰청, 인천국제공항,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고객이죠. 나라장터가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10% 안팎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시장을 노린다면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왕도가 따로 없어요. 기술개발에 주력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면 고객이 먼저 알아봅니다.”

✚ 협력업체와는 어떻게 협력하나요?
“27명의 직원이 전국의 300개 협력업체를 방문해 호흡을 맞춥니다. 다른 회사들은 보통 서울에서 전화를 걸죠. 이들 협력업체를 통해 전국의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 아이티로그인의 핵심 역량이 뭔가요?
“조달 비스니스에 대한 전문성입니다. 최장 16년 근무한 베테랑 직원들이 협력사와의 전국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확보한 것이라 경쟁사가 따라잡기 쉽지 않죠. 우리는 말하자면 파트너 베이스 비즈니스를 합니다. 단적으로 입찰 경쟁은 거의 전쟁인데 우리는 파트너와 윈윈하려 일절 입찰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드웨어만 공급하고 서비스 유지ㆍ보수는 파트너에게 맡깁니다. 부산ㆍ제주 같은 데서 유지ㆍ보수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면 거기 지사를 세우거나 직원을 파견하지 않고 일감을 파트너사에 넘겨요.”

✚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보나요?
“직원들과 더불어 행복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서로 웃고 오래갈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우리 회사는 5월 1일이 창립기념일인데 보통 다같이 산에 갑니다. 대신 12월 24일을 휴무해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죠.”

김 대표는 사업가 집안 출신이다. 조부와 부친도 사업을 했다. 그는 공공시장에서 윈윈 모델을 만들어 가치를 창출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티로그인이라는 상호는 김 대표가 지었다. 로그아웃되지 않고 지속되는 롱텀 비즈니스를 추구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나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협력업체와의 동행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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