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권’ 분양 마케팅

부동산 상품의 차별화 요소를 앞세운 ‘○세권’ 마케팅이 대세다. 해당 부동산 상품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투자자의 이해를 돕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상품이 있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수水세권’과 풍부한 임차 수요를 확보한 ‘법法세권’이다.

▲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세권 아파트가 인기다.[사진=아이클릭아트]

■ 물이 곧 재물 = 호수나 강 인근에 있는 부동산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성을 강조한 지하철역 주변 아파트를 일컫는 ‘역세권’이라는 용어에 빗대 ‘수水세권’이라는 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특히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분양시장에서 수세권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수세권 아파트가 조망이 뛰어난 데다 산책로와 공원이 함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자산가들은 풍수를 고려해 부동산 구매를 결정하곤 했다. 풍수에서 물은 곧 재물을 의미한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돈이 흐른다는 말과 같아서다. 예전 부잣집 앞마당에 꼭 연못이 있었던 이유다.

오피스텔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오피스텔은 상권이 발달한 곳이나 역세권, 업무지구와 가까운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삶의 질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1ㆍ2인 가구와 신혼부부가 늘면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오피스텔이 분양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법조타운이 조성된 곳은 타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다.[사진=뉴시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이 오피스텔의 평균 경쟁률은 422.3대 1. 인터넷 청약접수 시스템을 통해 진행한 오피스텔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권에만 5000만~6000만원에 달하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단지는 광교호수공원이 인근에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서도 수세권의 인기가 높다.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용호동 일대에 선보인 단지 내 상가 ‘더블유스퀘어’는 입찰 당시 최고 1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상가는 바다를 끼고 있다.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선 ‘레이크꼬모’는 계약 3일만에 완판됐다. 신세계건설이 일산호수공원 인근에 고양시 최초의 수변ㆍ테라스 상가인 ‘일산 호수공원 가로수길’도 최근 완판 행진에 동참했다. 물 테마를 확보한 상가들은 아파트처럼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되면서 권리금까지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세권 릴레이 완판 행진

■ 법원 가는 길이 투자 로드 = ‘법法세권’도 인기다. 법세권은 법원이나 검찰청들이 들어서는 곳을 의미한다. 동부지방법원, 동부지방검찰청이 둥지를 트는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법조타운 일대, 수원지방법원, 검찰청 경기고등법원 등이 들어서는 광교 법조타운이 대표적이다. 서울 북부지방법원과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이 들어선 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일대도 법세권에 속한다.

법세권 주변은 법률 관련 업체가 집결하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임차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검사, 변호사 등 고소득 노동자들의 배후단지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대법원이 있는 서초구 서초ㆍ교대역 일대는 로펌과 변호사 사무실, 법무사 사무실 등이 몰려 공실률이 낮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법세권은 문정 법조타운이다. 이 단지는 송파구 문정동 350번지 일대 54만8000여㎡(약 16만6000평) 규모의 부지를 개발하는 문정도시개발지구의 일환으로 조성된다. 2월 27일 광진구 자양동에 있던 동부지법이 이전하는 데 이어 3월 2일에는 동부지검까지 입주한다. 예상 상주인구만 3500명에 달한다. 현재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성동구치소 역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주 준비를 시작해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덕분에 이 일대 부동산 시장 투자 열기가 뜨겁다. 무엇보다 오피스텔과 인근 아파트값도 탄력을 받고 있다. 임차수요의 기대감 덕이다. 가령 문정지구와 동남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는 1년 사이 84㎡형(약 25평) 기준 매매가격이 7억8500만원에서 8억6500만원으로 10%가량 훌쩍 뛰었다.

인근 상가는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법원 이전에 맞춰 법무법인 등의 개점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상가 몸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1층 상가의 경우 호가가 3.3㎡당 6500만원 수준이다. 2013년 분양 당시와 비교하면 두배가량 뛰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말이다. 현재 이 일대 상가 임대료는 전용 40㎡(약 12평)기준 보증금 1억원 안팎에 월세 400만~500만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1층이나 도로변의 경우에는 공실도 없다.

사람 몰리는 법조타운

문정동 전체 상가의 평균 보증금과 월세도 크게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문정동 상가 평균 보증금은 전년에 비해 3253만원에서 3600만원, 월세는 227만원에서 239만원으로 올랐다. 문정지구 일대 오피스텔도 몸값이 뛰고 있다. 법조타운뿐만 아니라 문정지구 내 지식산업센터로 들어오는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송파파크하비오 푸르지오’는 2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물론 최신 트렌드로 주목받는 상품일지라도 주의점은 있다.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면 투자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분양업체의 향후 상권 활성화 방안과 운영안이 명확한지도 짚어야 한다. 차별화된 테마를 갖되, 납득이 가는 적정 분양가를 내세운 상품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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