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화한 사드 보복ㆍFTA 재협상

▲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보복 조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끝내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닥쳤다.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통제하고 나서는 등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 D)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날로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미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사,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덤핑관세 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 카드를 들고 나왔다. 공교롭게도 중국과 미국 등 교역 비중 빅(Big)2 국가가 동시에 외교 안보 및 경제적 압박을 가해오는데도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교역 비중은 23%에 이른다. 대미對美 교역 비중도 12%다. 교역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 빅2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수출이 타격을 받고 경제도 함께 어려워지는 구조다.

심해지는 빅2의 압박

관광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00만명 중 중국인이 806만명으로 47%를 차지했다. 이를 아는 중국은 지난 1월 최대 명절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한국행 전세 항공기 운항을 불허했다. 오는 15일부터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행 단체관광객은 물론 개별여행 상품까지 취급하지 않으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 의회에 제출한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미국인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한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미FTA가 재협상에 들어가면 대표적 수혜 업종인 자동차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트럼프 측이 거론한 한국에서의 우버 개방 등 각종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일각에선 오는 4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최장수 장관이라고 해서 ‘오병세’라는 별명이 붙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존재감이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날로 확대되는데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보복 조치는 없을 거라며 낙관론을 펴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정부 문서로 한미 FTA 재협상을 공론화하는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긁어 부스럼 낼 수 있다’며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쟁 속 국정이 흐트러진 상황이라도 정부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여러 부처에 흩어진 통상 업무를 총괄하는 범정부적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시나리오별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 및 경제 부처가 더욱 긴밀히 협조해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책임있는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중국에는 중국 경제의 대한對韓 의존도가 결코 적지 않음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은 한국에서 부품ㆍ소재를 들여다 가공한 제품이다. 중국 안에 설립된 2만3000여개 한국 기업이 고용하는 중국인 일자리도 적지 않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중 한국인 비중이 12%로 가장 많다. 미국에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서비스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으며,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는 주로 FTA 비혜택 품목에서 비롯됨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실용주의적 접근 필요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 관계는 계속 돈독하게 유지하면서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펴나가야 한다.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전략적으로 인내하고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교역 비중 빅2 국가의 동시다발적 압박을 돌파해 나가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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