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 주가조작의 또다른 의문

BNK금융지주의 주가조작 혐의가 단순의혹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식조작을 위해 투입된 자금 규모가 적은데다 주가도 크게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내부문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건에 따르면 BNK금융지주의 주가조작 규모는 190만주, 금액으론 152여억원에 달했다. 주가조작 효과에도 이견이 있다. 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았지만 공매도 역풍은 막아냈다.

▲ 검찰이 파악한 BNK금융지주의 주가조작 규모가 190만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지=뉴시스]

BNK금융지주의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BNK금융지주가 유상증자(2015년 11월 17일 발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자 증자 규모의 감소를 막기 위해 1월 7~8일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BNK금융지주가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관련 기업에 3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지시했고 이중 30억원이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용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하지만 ‘30억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했다’는 의혹에 의문이 잇따른다. 투입자금이 많지 않은 데다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감독당국이 주가조작기간이라고 밝힌 1월 7~8일 양일간 BNK금융지주의 거래규모는 638만8809주다. 30억원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면 37만4000주인데, 그렇다면 1월 7~8일 거래량의 5.85%에 불과하다.

주가상승폭도 크지 않았다. BNK금융지주의 주가는 2016년 1월 6일 3.21% 하락한 이후 7일과 8일 각각 0.62%, 1.35% 오르는데 그쳤다. 주가조작에 나섰더라도 큰 ‘실익’은 없었다는 얘기다. ‘BNK 주가조작 의혹의 수사가 난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감독당국이 BNK금융지주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주가조작에 동원된 물량이 다르다. 검찰 내부문건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190만주를 사들였다. 금액으로는 150억원이 넘는 규모다. 만약 검찰이 제기한 190만주 매수를 토대로 하면 BNK금융지주가 주가조작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서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BNK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자, 금융투자회사 등 대부분의 투자자가 매도세를 이끌었다. 이런 주가하락세에도 매수세를 유지한 곳이 기타법인이다. 실제로 이들 법인의 매수세는 확정 발행가액 산정기간인 1월 6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 30일 0.85%에 불과했던 기타법인 매수비중(순매수량 1만1536주)은 주가조작 기간으로 지목한 7~8일 각각 28.69%, 36.56%로 수직 상승했다.

기타법인의 수상한 매수세

이 기간 기타법인이 순매수한 BNK금융지주의 지분은 각각 83만7970주, 98만8252주에 달했다. 기타법인이 1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180만주가 넘는 BNK금융자주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 등 대부분의 투자자가 매도하거나 매수 물량을 줄일 때 이들 기타법인만 BNK금융지주의 지분을 늘렸다. BNK금융지주가 계열사인 부산은행 거래기업(기타법인)을 동원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2015년과 2016년 연평균 5.44% 불과했던 기타법인의 매수 비중이 특정기간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면서 “계열사 거래기업과 공모해 주가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전망이 밝은 경우 일반 기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도 “BNK금융지주의 낮은 자본비율 때문에 추가 증자 우려까지 등장해 주가하락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 하락 시기 투자자가 저가 매수를 위해 지분량을 늘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면서도 “연평균 매수 비중이 5%대에 불과한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주가가 상승한 확정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만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BNK금융지주가 예상보다 큰 금액으로 주가를 움직였다는 정황이 사실이라면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BNK금융지주의 주가상승세가 왜 크지 않았느냐는 거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세가 주가조작의 효과를 반감시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급락한 원인 중 하나는 공매도다. 유상증자 발표 다음날인 2015년 11월 18일 공매도량은 전날(17일) 7만3522주(92억88125만원)에서 83만1800주(83억1235만원)로 75만주 이상 증가했다.

2015년 11월 18일 주가가 전일 대비 22.86%나 폭락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136만2742주(111억1414만원)의 공매도가 이뤄진 1월 6일 주가는 8130원으로 전일 대비 3.21%(8400원) 하락했다. 그런데 사정당국이 주가조작기간으로 지목한 지난해 1월 7일(176만8311주), 8일(156만2347주)에는 공매도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8일 주가는 6일 대비 1.97%, 7일 대비 1.35% 상승했다. 큰돈을 베팅해 주가를 끌어올리진 못했지만 공매도에 의한 폭락은 방어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은 매수자가 정해진 제3자 배정보다 주가 하락세가 크다”며 “특히 발행가 산정 기간에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의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상승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월 6일~8일 공매도 물량이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쇼트 커버링(주식 재매입)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의도적인 매수세가 없었다면 주가는 더 큰 하락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BNK금융지주는 여전히 주가조작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300억원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대출이었다”면서 “돈을 빌린 기업이 자금을 어디 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세를 조종할 이유도 능력도 없었다”며 “알려진 내용 이외에 파악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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