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의 연기, 무심한 사회
격정의 연기, 무심한 사회
  • 김미란 기자
  • 호수 230
  • 승인 2017.03.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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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

▲ 배우 이혜영은 연극 ‘메디아’에서 고립돼 가는 모습을 처절하게 표현한다.[사진=뉴시스]
첫눈에 반한 이아손과 결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메디아. 고국과 부모를 배반하고 동생까지 죽이며 사랑을 쟁취했지만 남편은 이내 메디아에게 싫증을 느낀다. 결국 이아손은 메디아를 버리고 크레온 왕의 딸과 결혼을 약속한다. 메디아는 깊은 분노와 상실감에 빠졌고, 그런 메디아의 복수를 우려한 크레온의 왕은 그에게 “당장 이 땅을 떠나라”고 명한다. 남편 역시 자신의 잘못을 빌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빠진 메디아를 비난한다. 모든 것을 잃은 메디아는 복수를 결심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당대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가 연극무대에 올랐다. 국립극단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와 함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관통하는 ‘분노’와 ‘공감’이라는 감정을 어루만진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모든 것을 잃은 여자 ‘메디아’는 배우 이혜영이 맡았다. 공주로 사랑받았던 과거의 기억과 남편 이아손을 향한 욕망으로 세상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모습을 깊은 연기력으로 처절하게 표현한다.

메디아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무대의상은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 진태옥이 맡았다. 패션계 거장의 연극 의상 첫 도전이 끈다. 검고 붉은 의상은 잔혹한 이야기를 중화시키는 동시에 메디아의 광기를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무대는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와 김창기 조명 디자이너가 완성했다. ‘겨울이야기’ ‘세일즈맨의 죽음’ ‘햄릿’ 등에서 환상의 궁합을 보여온 그들이 이번엔 도시적인 분위기의 무대를 꾸민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원작보다 확대된 코러스다. 16명의 배우들로 구성된 코러스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메디아를 연민하다가도 그녀의 극악무도한 복수 계획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동안 마녀로만 치부되던 메디아가 이번 작품에서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이유다. 특히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죽이고 메디아의 광기가 절정에 달하는 부분에선 코러스의 냉소도 극에 달한다.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한 모습은 무참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무감각해진 현재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처절한 비극과 냉소가 가득한 연극 메디아는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오른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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