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홈쇼핑의 명암

201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홈쇼핑 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의 지난해 3ㆍ4분기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불황터널에 갇힌 유통채널 중 홈쇼핑이 가장 먼저 출구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핵심 무기는 모바일이다. 하지만 모바일로 흥한자, 모바일로 망할 수도 있다.

▲ 최근 급증한 모바일 쇼핑이 홈쇼핑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사진=뉴시스]
모바일 쇼핑이 취미인 김미영(28)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똑순이로 통한다. 필요한 물건을 최저가에 파는 곳을 찾아내는 능력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김씨는 소셜커머스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맛집을 찾아갈 때에는 할인쿠폰을 사용하고, 화장품은 최저가 ‘딜’을 통해 구입했다. 하지만 그는 소셜커머스 앱을 지운 지 오래다.

비슷한 제품을 비슷한 가격에 파는 홈쇼핑이 부쩍 늘어나 소셜커머스의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나온 홈쇼핑 앱을 종종 이용한다. 김씨는 “쇼호스트가 소개하는 제품은 왠지 믿음이 가서 앱으로 방송을 보고 제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모바일을 통해 홈쇼핑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부진에 빠져 있던 홈쇼핑 업계에 호재다.

홈쇼핑 3사(GS홈쇼핑ㆍCJ오쇼핑ㆍ현대홈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1년 전 영업손실이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GS홈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물건이 팔린 금액을 기준으로 한 취급액도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CJ오쇼핑의 같은 기간 영억이익과 취급액은 각각 1449억원, 3조1610억원으로 26.9%, 3.39%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은 영업이익 1323억원, 취급액 3조5055억원으로 19.5%, 10% 늘어났다.

 
실적이 좋아지자 홈쇼핑 주가도 들썩였다. 주가가 가장 크게 뛴 곳은 GS홈쇼핑. 이 회사의 주가는 1월 25일에서 2월 27일 사이 22% 오르면서 1년5개월만에 20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5만원 안팎에 머무르던 GS오쇼핑의 주가도 2월 20일 19만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렇다면 홈쇼핑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홈쇼핑 업체들이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 모바일 부문에 투자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판매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으면서 쇼핑의 온라인화가 더이상 침식 요인이 아니라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홈쇼핑이 TV에 한정되지 않고, 소비패턴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채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홈쇼핑 업계는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 생방송을 시청하고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앱 ‘바로TV’를 선보였다.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40~50대를 위해선 ‘원패스’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GS홈쇼핑도 카카오톡으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톡주문 서비스’ 등 방송콘텐트와 모바일을 결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홈쇼핑 업계에 긍정적 시그널만 울리고 있다는 건 아니다. 모바일이 홈쇼핑만의 매출창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3조4870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6787억원) 대비 30.2% 증가했다. 모든 유통채널이 모바일을 핵심무기로 장착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유통몰도 모바일 쇼핑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출혈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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