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가로막는 벽

‘전기차’ 테슬라가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판매망만 갖추면 본격 시판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성공을 예단하긴 어렵다. 한국 전기차 시장의 인프라가 워낙 형편없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다소 파격적인 ‘전기차 서비스’의 성공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전기차, 아직 갈길이 멀다.

▲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의 맹점은 인프라 부족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전기차 시대가 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다.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자리를 잡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럴만한 이유도 많다. 기후변화와 환경의 관점에서 전기차는 운행 중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유리하다. 전기차가 자동차부품ㆍ철강ㆍ전자장비 등 자동차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서다.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출시하고 정부가 전기차 보급 예산을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2016년 정부가 세운 국내 전기차 보급 목표는 1만대. 실제 보급량은 목표의 절반 수준인 5914대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제주도(3706대)에 몰렸다. 700대 이상 보급한 지역은 제주 외엔 단 한곳도 없었다. 정부는 올해 국내 전기차 보급 목표를 1만4000여대로 올려 잡았다. 업계는 이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전기차가 공회전만 거듭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인프라가 열악하다. 특히 충전시설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시설은 인구 100만명당 113개에 불과하다. ‘전기차 이니셔티브(EVI)’ 회원국 16개 중 15위다. 1위인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의 134배인 1만5143개다.

 

충전시설 부족은 자연스레 짧은 주행거리로 이어진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가뜩이나 내연기관차보다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약점이다. 전기차를 타다가 파는 일도 쉽지 않다. 전기 중고차 시장이 딱히 없어서다.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 산정 기준이 없다는 점도 난제다. 마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3월 중 국내에 전시장 두 곳을 개장하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선다. 기존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기업인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프라 부족으로 판매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도 이런 단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시장 반응이 미지근해서다. 지난해 이 브랜드의 차종은 국내시장에서 1만1148대 팔리는 데 그쳤다. 현대차가 최근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 서비스를 생각해낸 건 이 때문이다.

먼저 현대차는 전국 주요 지점과 서비스센터에 200여개의 급속ㆍ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무상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요청하면 30분 안에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방문해 무상충전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도 눈에 띈다. 충전량은 40㎞가량 운행이 가능한 7㎾h다. 배터리 방전 등 긴급상황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평생 무제한 보증’으로 강화했다.

물론 이런 혜택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소는 여전히 많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아직 전기차를 꼭 사야한다는 강력한 유인책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서비스 정책도 계속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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