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개발 열풍 명과 암

부동산 시장에 ‘섬테크’가 뜨고 있다. 한적하기만 하던 섬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조성되면서다. 덕분에 과거 부동산 투자 기피 지역으로 꼽히던 섬은 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섬테크의 전제가 대형 개발사업이라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 개발호재를 품은 섬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공급과잉 이슈와 부동산 규제정책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분양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낮게 나오자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부동산 투자자들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도심 지역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지역 중 개발호재를 품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저평가 지역은 가격이 저렴한데다 개발계획까지 얹으면 잠재된 투자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섬이다. 과거에는 육지 개발에 밀려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개발 호재들이 하나둘씩 착공되고 본격적으로 오픈 준비를 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더구나 섬은 도시의 답답함을 벗어나게 해주는 최적의 관광지다. 사람이 몰릴 공산이 큰 만큼 인프라 개발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일부 섬이 ‘보물섬’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중 가장 유명한 보물섬은 영종도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시절은 끝났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고 굵직한 개발계획이 동시에 진행되면서다.

외국계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스태츠칩팩 코리아의 제2공장이 지난해 말 준공을 마쳤다. 국내 4곳에만 허가된 카지노 복합리조트 중 3곳이 영종도에 조성된다. 이중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는 올해 4월 1차 개장을 앞두고 있다. 4조9303억원 규모의 공항인프라 확장 사업인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도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이 4단계 사업까지 준공되면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1억명의 여객처리능력을 갖추게 된다.

영종 드림아일랜드는 여의도(290만㎡)의 1.1배 크기인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에 332만㎡(약 100만4300평) 규모로 지어진다. 이 단지 내에는 워터파크와 아쿠아리움, 특급호텔, 복합쇼핑몰, 비즈니스센터, 테마파크, 골프장 등의 시설이 계획돼 있다.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올 3월께 부지조성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다.

 

저평가 섬에 몰리는 투자자들

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사업은 ‘미단시티’ 개발이다. 미단시티는 인천도시공사와 미단시티개발이 함께 개발 중인 곳이다. 이곳에는 국제 복합리조트 시설이 들어선다. 총 사업지 규모는 269만9946㎡(약 81만8165평)에 이르고 아파트 4730가구가 들어선다. 복합리조트에는 카지노와 숙박 시설, 컨벤션센터, 복합쇼핑몰이 마련된다.

덕분에 영종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활기를 띠고 있다. 영종도의 인구수는 2011년 3만7235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6만1782명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LH에 따르면 2018년 영종도의 인구는 9만1412명에 다다를 전망이다.

인천 석모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를 잇는 삼산연륙교의 개통이 오는 6월로 다가오면서다.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 섬은 휴양림과 해변을 갖춰 근교 관광지로 주목을 받았다. 3대 관음성지 보문사와 갯벌체험이 가능한 민머루 해수욕장 역시 명소로 꼽혔다. 문제는 접근성이 낮다는 점.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배가 유일한 교통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산연륙교가 놓이면 서울에서 석모도까지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2013년 착공한 이 다리는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와 삼산면 석모리를 잇는 왕복 2차로(길이 1.54㎞)의 다리다. 기존 본섬(외포리)에서 1시간 이상씩 걸리던 석모도 앞 섬들(주문ㆍ볼음ㆍ아차도 등)도 삼산연륙교 개통 이후 석모도에서 출발하게 되면 20~30분 거리로 단축된다. 강화군은 연륙교가 개통되면 연간 통행시간 절감 비용 6억8900만원, 인천지역 생산유발 효과 943억원, 고용 창출 855명 등의 부가가치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 바람도 같이 불고 있다. 강화군이 40억원을 들여 지은 8700㎡(약 2600평) 규모의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올해 초 문을 열었다. 이 온천에는 시범 운영기간 한달 간 관광객 1만1620명이 몰렸다. 보문사 앞 벌판 옛 염전부지에 18홀짜리 골프장(79만4000㎡ㆍ약 24만606평)을 조성하는 사업도 탄력을 받아 올해 착공할 전망이다.

개발 사업 확실해야

수려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지만 관광상품 부족, 접근성 제약 등으로 발전이 더딘 남해안에도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남해안 관광도로를 개발하고 1352개 주변 섬은 해양관광진흥지구로 지정해 숙박ㆍ휴양시설을 허용키로 했다.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인 폐조선소 부지는 관광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저평가 섬 투자도 돌다리를 두드려보듯 조심해서 진행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도한 열풍인 만큼 개발 사업의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 사업 추진 시점이나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사업 속도는 지지부진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국내 관광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이 큰 리스크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도 섬테크의 숙제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