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봄 부르고 싶다면 …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졌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결코 헌법과 법률 위에 있지 않음을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확인했다. 권력의 사유화, 정경유착,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 마비 등 박근혜표 ‘가짜 정치’를 종식시킨 것이다.

▲ 한반도와 한국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무겁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이제 우리는 대통령중심제 국가 모델인 미국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지난 석달 동안의 혼돈을 접고 분열과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그러려면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그동안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해온 시민들도 헌재 심판을 받아들이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한반도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은 엄중하다. 자신들의 뜻에 반한다며 헌재 심판을 수용하지 않고 대립을 지속하다간 국가는 고립무원에 빠지고 경제도 거덜날 수 있다. 살얼음판인 미국과 북한 관계 등 외교안보 상황도, 대내외 경제여건도 시계 제로다. 2월 초부터 나도는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

탄핵 인용으로 5월 초 조기 대선 일정이 가시화됐지만, 새 대통령이 선출돼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감안하면 한동안 현 내각 진용으로 국정을 꾸려야 한다. 차기 정부가 자리 잡을 앞으로 3~4개월가량 일상적 업무야 진행되겠지만 중요한 정책 결정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코앞에 닥친 큰 일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 조치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했다간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텐데 책임지고 이끌 컨트롤타워가 없다.

 

3월 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외국자본 유출,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내수침체도 두통거리다. 게다가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수사로 곤욕을 치른 재벌그룹 등 기업들도 정권 교체기 눈치를 보며 투자와 신입사원 채용을 보류하는 등 보수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위기설은 불확실성ㆍ불안감ㆍ불신 등 ‘3불不’을 먹고 커지는데 우리 경제에 닥친 위험 자체보다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위기설을 증폭시킨다. 조기 대선 열기 속 정치권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대권주자들은 표를 얻자며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면 불확실성이 증대돼 경제는 더 망가지고 민생도 고달파질 게다.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에 힘입어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 경제혁신3개년계획, 노동ㆍ공공ㆍ교육ㆍ금융 4대 개혁 등 잇따라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한 채 좌초했다. 고용률 70% 달성, 4%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의 474 비전은 ‘가짜 공약’이었다.

유권자들이 눈 부릅뜨고 구호만 요란한 ‘가짜 정치’, 실현 가능성이 없는 포퓰리즘 ‘가짜 공약’을 가려내야 한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고들 한다. 봄은 거저 오지 않는다. 추운 겨울 비폭력 평화집회로 촛불혁명을 이룬 시민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진정한 봄이 오게 만들어야 한다. 정치의 봄도, 경제의 봄도 마찬가지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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