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의 새 방향성

▲ 이제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대선 후보들은 적폐청산을 말한다. 그렇다면 경제 분야에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바꿔야 할 게 너무 많아 걱정이다. 특히 양극화, 불평등 등은 한국경제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선진 자본국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 왔는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대외경제 환경이 악화돼 수출은 더 이상 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수출을 위협하고,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보복도 격화하고 있다.

내수침체도 심각하다.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장래에 대한 불안도 더해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사상 최저치인 71.1%로 떨어졌다. 가계부채도 소비위축을 가중시킨다. 2008년 143%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는 2016년 174%까지 증가했다. 소득분배 불평등이 심화된 데다가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의 주택정책 때문이다. 불평등은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정책금리를 내려도 투자와 소비 촉진효과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 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사내 적립금으로 쌓아놓고 있지만 경기전망이 나빠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 투자를 통해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재정의 내용은 고소득층 증세와 서민층 복지지출 확대 등 소득재분배로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경제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힘을 약화시켜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경험과 현재의 재정정책 중시 경제정책 방향을 참조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그냥 놔두면 독점 강화, 불평등 심화, 경기침체 등의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에 대처하면서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조절과 함께 반독점 규제,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보장 확대 등 케인즈 복지국가 정책을 폈다. 이후 1970년대 초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기업 감세, 독점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자본이동 자유화 등 공급주도 경제학과 신자유주의로 전환했다. 그 결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고, 현재 세계는 장기불황 국면에 있다.

한국은 1960~1970년대에 노동자 무권리와 저임금, 저농산물가격 등 민중의 희생 위에 재벌을 육성하는 개발독재 정책을 폈다. 1980년대 이후 케인즈 복지국가를 거치지 못하고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흐름에 휩쓸려갔다. 결과는 1997년 경제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결과 독점재벌의 힘은 더 커지고 비정규직과 불평등 문제는 심화됐다. 지금이라도 케인즈 복지국가 정책을 펴야 한다. 

핵심 내용에는 재벌체제 해소, 노동기본권 보장, 임금 격차 해소, 불평등 개선을 위한 조세개혁, 복지지출 개편 등울 담아야 할 것이다. 임대료 인상 규제, 장기간 임차권 보장 등 토지주택 소유자의 힘을 억제하고 임차인을 보호하는 토지주택 규제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빈곤층, 임차인 등 비기득권층의 눈물을 닦아줄 때도 되지 않았나.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changsh@gnu.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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