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고질병

▲ 대한민국은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고, 공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촛불’은 이런 대한민국을 개탄한 데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능력 없는 대통령 한명 끌어내렸다고 대한민국이 달라질까. 촛불이 모든 걸 바꿔놨다고 생각하는가. 이젠 냉정해지자.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콧대 높은 양반 나으리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할 힘을 갖고 있다. 공정하지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 건 대통령만이 아니다.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기득권의 부메랑’을 맞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고질병, 이젠 국민의 힘으로 바꿀 때가 됐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제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공무수행을 투명하게 하지 않고, 특정인의 사익 추구에 관여했으며, 의혹을 덮고 사실을 은폐한’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중대한 위헌ㆍ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탄핵 인용의 취지다.

탄핵인용을 고대하던 상당수 국민은 환호성을 질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실현되는 걸 목도目睹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최고권력자의 ‘비위’를 밝혀낸 게 대한민국이 투명해졌다는 건 아니다. 민심을 대변하는 ‘촛불’은 공정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으며, 투명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을 개탄한 데서 시작됐다. 박근혜ㆍ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은 민심이 ‘촛불’을 드는 도화선이 됐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참 병들었다.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고, 공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돈만 있으면 비리를 저지르던 불공정행위를 하던 면죄부를 받았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이들에겐 취업문이 좁았고,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연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재벌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 경제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의 체질은 갈수록 약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한계기업이 늘어났고, 구조조정이 일상화했으며, 자영업을 하려 해도 생존경쟁에 내몰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소득이 늘어날 리 없었다. 소득과 함께 소비도 줄었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겠다면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했다. 그랬더니 부채 공포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니, 내수침체는 더 심해졌고, 기업들은 장사가 안 된다면서 또다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안전망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제가 성장일로를 걸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반대였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 증감률을 따져 보니 -1%였다. 여기에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보복 등 대외환경은 한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요한 건 고질병에 가까운 이런 문제들을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 대통령을 앉히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1945년 광복 이후, 1960년 4ㆍ19혁명 이후, 1979년 유신체제 붕괴 이후,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심이 바라는 세상은 공짜로 오지 않았다. 차기 대권주자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탄핵 인용 이후 산적한 경제문제들을 정리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 과연 달라질까. 흥미롭게도 주식시장이 그 답을 주는 듯하다.

10일 개장 이후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sell(매도)’를 외쳤다. 하지만 11시 36분을 기점으로 매수로 전환, 장 마감시간까지 매수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도 개장 이후 오전 11시까지는 소폭 하락(2096.66→2092.79)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서는 순간부터 반등, 상승세로 이어져 2097.35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이 “해볼 만하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대한민국, 아직 기회는 있다.
김정덕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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