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여행업계

“업계를 모니터링 중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입장이다. 관광당국의 태평한 대응과 달리 여행업계는 ‘고사 직전’이라는 표현을 쓴다. 당장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절반 이상 줄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유커에 의존하던 여행업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 유커가 빠져나간 명동이 활력을 잃고 있다.[사진=김미란 기자]
“그만 좀 물어보세요. 유커가 썰물처럼 빠졌어요. 명동거리가 텅 비어있는 거 보면 모르시겠어요.” 짜증이 섞인 명동 상인의 목소리다. ‘유커의 천국’으로 불리던 명동 거리가 텅 빈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제한하면서다.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결정하면서다. 이후 사드 부지가 확정되고 일부 시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당장 중국의 관광분야 정부부처인 국가여유국은 베이징北京 상위 20개 여행 관계자를 소집해 한국행 여행 상품을 판매하지 말 것을 구두로 지시했다. 온ㆍ오프라인 상품 모두 취급 금지 대상이다. 최근 중국의 여행 사이트에서 한국 관광상품이 자취를 감춘 이유다.

중국 정부의 관광객 통제는 여행업계에 치명적이다.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에 장기비자를 발급 받아 놓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한국행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유커 대부분이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고 있어서다.” 근거 없는 비관론이 아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커의 40%를 차지하는 패키지형 단체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여행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다”면서 “이번 규제의 영향권 하에 있는 유커는 절반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이 비관론에 따르면 끔찍한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24만명 중 유커는 806만명. 단순 계산하면 403만명의 관광객이 증발한다. 유커로 인한 관광 수익도 지난해 22조원에서 11조원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극복 방안은 없을까. 김철원 경희대(호텔관광학) 교수는 “일본의 흐름을 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중국으로부터 ‘관광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에 휘말렸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여행을 금지했고 조치 이후 한달만에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34%나 줄었다.

하지만 일본은 냉정하게 대응했다. 관광 비자를 완화하고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개발했다. 외국인 면세 절차를 줄이고 면세 품목을 늘렸다. 그 결과,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2404만명으로 늘었다. 2012년(836만명)에 비해 3배나 성장했다. 김철원 교수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아직도 저가 패키지 관광객에만 의존하는 후진적인 구조”라면서 “관광객의 국가 범주를 늘리고 다양한 관광 콘텐트를 개발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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