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운명의 힘

오페라의 제목인 ‘La Forza del Destino’를 직역하면 ‘운명의 힘’이 된다. 실제로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이 오페라의 메인 테마다. 주인공의 삶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이 이끄는 대로 흘러간다. 주인공들은 우연히 발생한 비극적 사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한순간 도망자 신세가 되면서 고통을 겪는다. 이들의 인간적인 고통과 연민을 노래하는 주옥같은 아리아와 이중창은 오페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곡은 따로 연주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 오페라 '운명의 힘'은 한번의 대본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페라 ‘운명의 힘’은 1862년 11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됐다. 하지만 처음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곡가 베르디는 초판을 쓴 피아베가 아픈 틈을 타 안토니오 기슬란조니(Ghislanz oni, Antonio)에게 대본 수정을  부탁한다. 수정을 맡은 기슬란조니는 의사이면서 가수이고 동시에 기자이면서 문학인이던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피아베가 등장인물을 모두 죽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기슬란조니는 다시 쓴 대본에서 남자 주인공인 돈 알바로(Don Alvar o)만은 살려둔다. 새로운 대본은 1869년 2월 27일 밀라노의 스카라 극장에서 베르디의 지휘 아래 열렸고 지금까지 그 대본으로 계속 공연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18세기 중반 스페인과 이탈리아다.

1막 = 스페인 귀족 칼라트라바(Calatrava) 후작의 딸 레오노라(Leonora)와 잉카 제국 왕가의 혈통인 돈 알바로는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칼라트라바 후작의 반대에 부딪친다. 두사람은 반대를 물리치고 도망치려 하지만 후작에게 발각되고 만다. 알바로는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레오노라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감싸며 들고 있던 권총을 내려놓는다. 그 순간 오발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후작이 총에 맞는다. 후작은 숨을 거두면서 레오노라와 알바노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당황한 알바로는 멀리 도망친다.

2막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레오노라는 알바로를 찾아 나선다. 남장을 한 그녀는 알바로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스페인의 어느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알바로를 찾기 위해 선술집에 들어가지만 그를 찾는데 실패한다. 이후 선술집으로 레오노라의 오빠인 카를로(Carlo)가 들어온다. 카를로는 아버지 칼라트라바 후작을 죽인 알바로와 레오노라를 죽이겠다고 다짐한 상태다.

레오노라는 황급히 선술집을 빠져나오고 괴로움을 느끼며 ‘천사의 성모 성당’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가디언 신부에게 인도된 레오노라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밝힌다. 이야기를 들은 신부는 레오노라를 성당에서 멀지 않은 수도원에서 지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면서 아무도 그곳에 가지 못하게 하고 레오노라의 비밀이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시킨다.
<다음호에 계속>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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