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가입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 최성원 부회장은 이른바 ‘스피드경영’으로 광동제약을 매출 1조원 클럽에 올려놨다.[사진=뉴시스]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이뤄낸 광동제약 오너 2세 최성원(48) 부회장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 4번째 가입이며 ‘제약 빅3’도 달성했다. 선친 최수부 회장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은 지 약 4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제약 본업보다 음료ㆍ유통 등 비제약 분야에서 일궈낸 성적이라 왠지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다.

광동제약의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너 2세 CEO 최성원 부회장이 이끄는 광동제약은 창립 53년째인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조564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제약업계에서는 2014년 유한양행이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이래 한미약품ㆍ녹십자(2015년), 광동제약(2016년)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1조원대 매출 달성에 실패해 클럽을 이탈한 한미약품(8827억원) 대신 광동제약이 새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해 유한양행(1조3207억원)ㆍ녹십자(1조1979억원)와 함께 제약업계 1조원 클럽 3인방에 등극했다. 2015년 1위였던 한미약품(1조3175억원)과 종근당, 대웅제약 등 국내의 쟁쟁한 제약사들을 제치고 대번에 ‘제약 빅3’에도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대를 이어 4년째 경영권을 행사해 온 젊은 오너 2세 최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이 빛을 발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다른 편에선 제약 본업이 아닌 음료 및 MRO(기업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업)에서 얻어낸 불안한 성과일 따름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최 부회장이 지난 4년간 사업다각화와 변화 및 혁신을 강조하며 음료 사업과 MRO 사업에 힘쓴 결과, 두 부문의 매출 비중이 회사 매출의 70% 정도로 커졌다. 상대적으로 제약 본업의 비중이 30%대로 줄다보니 매출 1조원 클럽 가입과 제약 빅3 등극에도 애먼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심지어 “광동제약이 제약회사냐 물 파는 회사냐”라는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제주삼다수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광동제약의 음료 부문 매출은 256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2.4%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는 최 부회장 시대에 빅히트한 스테디셀러 자체 음료이다. 하지만 삼다수는 위탁판매 사업이다. 광동제약은 제주개발공사와 삼다수 위탁판매 계약(2012년 12월~2016년 12월)을 맺고 판매권을 넘겨받아 생수사업을 벌여 1조 클럽 가입에 효자가 되도록 했다.

삼다수는 국내 굴지의 생수 브랜드다. 2015년 실적 기준 광동의 삼다수 매출은 1675억원 상당으로 회사 매출의 17.5%(연결 기준) 정도로 커졌다. 지난해 11월 1년 연장(2017년 12월 말)됐지만 오는 연말 이후가 문제다. 재계약이 안 될 경우 향후 1조원 클럽 이탈은 물론 제약업계 10위권으로 밀려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수 삼다수와 함께 광동제약 1조원 클럽 가입 수훈갑은 MRO 구매대행업체 코리아이플랫폼이다. 최 부회장은 2015년 3월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이 회사를 407억원에 인수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자재가 아닌 기업의 소모성 자재 유통을 맡는 인터넷 전문업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22.7% 증가한 2833억원으로 광동제약 전체 매출의 약 35.8% 비중을 차지했다.

최 부회장이 재계의 이런 시선에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의약+음료+MRO’ 등으로 가져간 데는 나름대로 그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중요시하는 소위 ‘스피드 경영’을 통해 의약품 사업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와 제약업 저성장 국면에서 회사의 지속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선친 최수부 회장이 2013년 7월 24일 휴가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별세하자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당시는 창립 50주년을 맞던 해였다.

비제약 음료ㆍ유통이 주도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한 그는 2005년 3월부터 사장을 맡아 경영 수업을 받던 중이었다. 부친상 후인 7월 30일 광동제약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10월에 맞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2020 트리플(Triple) 1’ 비전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2020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였다. 지난 4년간의 사업 다각화 결과 1조원 매출 목표를 4년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이익률이 떨어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고故 최수부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창업 1세대로 자신만의 사업 영역을 구축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과 제약사 외판원 이력이 말해 주듯 맨손으로 시작해 매출 5000억원대의 제약사를 일군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었다. ‘50년 최씨 고집’으로 ‘경옥고’ ‘우황청심원’ ‘광동쌍화탕’ 등을 빅히트시켜 국내 한방제약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불렸다.

최 부회장은 선친과는 좀 다른 노선을 걸었다. 최수부 회장이 ‘우황청심원’ ‘광동쌍화탕’ 등 한방의약품 중심으로 광동제약의 기반을 다졌다면 그는 음료ㆍ유통사업으로 다각화해 단숨에 회사를 키워냈다. ‘비타 500’ ‘옥수수수염차’ ‘삼다수’ 등을 앞세워 종래 한방 이미지의 광동제약을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회사를 물려받았던 2013년 5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연결기준)이 2015년에 9554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1조원도 돌파했다(그래픽 참조).

그럼에도 제약 본업에서 너무 이탈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그가 어떻게 극복할지는 관심거리다. 최 부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저성장 무한경쟁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고와 차별성을 갖는 혁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혁신은 낡은 과거와의 결별과 모든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하며 강력한 실행을 수반할 때 그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저성장과 내수침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를 뚫고 나갈 해법으로 혁신과 변화, 사업다각화 등을 선택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제약 본업 키워낼지 주목

광동제약 측은 비타500 등 건강음료와 삼다수가 두각을 나타내 음료 매출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의약품 매출도 지난해 20% 이상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올해도 백신과 항암제, 비만치료제 등 제약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 대열에 고용량 비타민D 주사제 ‘비오엔주’, 필름형 제제 ‘타다롱 구강붕해필름’ 등 전문의약품이 앞장서고 있다.

약국판매의약품(OTC)인 피로회복제 ‘광동리버샷액’, 수면유도제 ‘레돌민정’, 여드름 치료제 ‘톡앤톡 외용액’ 등도 뒤따르고 있다. 국내에 독점 출시한 미국산 비만 치료제 ‘콘트라브’와 국내 시판 중인 글로벌 제약사 GSK의 9개 백신 품목 등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회사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1%에도 못 미친다는 것도 뼈아픈 지적이다. 제약업계 평균 8.7%에 크게 못 미쳐 신약개발을 통한 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음료 및 유통 매출이 커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약 R&D 비중이 낮게 보인다는 해명이지만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제약업계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으며 ‘뉴 광동제약’을 이끌고 있는 그의 향후 행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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