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화장품

▲ 유커들 발길이 끊긴 화장품 브랜드숍 거리가 한산하다.[사진=김미란 기자]
바닥인가 싶더니 또 바닥을 찍고 있다. 화장품 업계가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발표 이후 끝을 모르는 하락세에 빠졌다.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화장품 업계, 이대로 괜찮을까.

중국 정부가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자 여행업ㆍ면세업과 함께 화장품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발표 후 주가 하락세를 탔던 화장품 업계는 다시 한번 바닥을 확인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최근 중국 국가여유국은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15일부터 전면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시작은 베이징北京 여행사들이지만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명백한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다.

중국과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국내 화장품 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곤두박질치는 주가에는 이런 상황이 반영돼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이자 대對중국 매출 비중이 50%(현지사업 매출+면세점 매출)에 달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사드 배치 발표 직전보다 약 43%가 빠졌다. 사드 배치 발표 직전인 7월 7일 44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중국의 ‘한국 관광상품 전면 판매 중지’ 조치가 떨어진 지난 3일엔 25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7월 7일 118만10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3일 79만3000원으로 32.9% 하락했다. 토니모리(-40.8%), 잇츠스킨(-48.6%) 등 군소 업체들도 주가 하락세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 화장품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특별한 논의는 없다”면서도 “이 국면이 장기적으로 가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지 않겠냐”며 실적 악화를 우려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종사자는 원망 섞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손쓸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사드, 안보 등이 그런 건데, 이건 정부가 나서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다면 화장품 업계의 미래는 어떨까.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이슈는 아닌 만큼 부정적인 시장 상황의 80%가량은 주가에 반영됐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주요 업체들의 실적은 약 10%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 영토분쟁이 절정에 달했던 2012년 일본 상황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은데, 당시 일본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향 비중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매출 비중이 상당히 크다. 당연히 일본보다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의존도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여온 화장품 업계가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가 중국 아닌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는 것도 숙제지만 정부도 하루빨리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늪에 빠지려는 화장품 업계를 건져낼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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