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20대 7년차 직장여성의 재무설계

목표를 이루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도 잠시, 고삐가 풀리기 일쑤다. 목돈 마련을 위해 고정적으로 투자하던 돈이 목적 달성 후 쓸데없는 소비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때일수록 구체적인 목표 재설정이 필요하다. 다시 고삐를 조여 저축습관을 이어가야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다.

▲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미래설계에 차질이 생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학교를 졸업하고, 좁은 취업의 문을 뚫어 가까스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 그리고 드디어 손에 쥔 감격적인 첫 월급.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초년생에게 첫 월급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 돈을 벌기도 전에 너무 많은 빚을 안은 탓이다. 소득의 일정 부분을 대출금 상환에 쓰고, 또 일부를 생활비로 쓰다 보면 정작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정유나(가명ㆍ27)씨는 고졸 채용으로 대기업에 취업한 7년차 직장인이다. 직장은 경기도 수원, 본가는 경기도 일산인 관계로 취업을 하자마자 친구와 월세방을 얻어 자취를 했다. 객지에서 교대 근무와 잦은 야근을 해야 했지만 정씨는 첫 직장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일했다.

200만원 초반대 월급을 받으며 월세와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며 알뜰살뜰 저축도 했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 때, 정씨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보태 1200만원을 마련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만 같은 월세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던 정씨는 원룸 전세부터 알아봤다. 회사 근처에 적당한 원룸을 찾은 정씨는 전세자금대출(3300만원)을 받아 4500만원짜리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얻었다.

월 소득의 30%가 꼬박꼬박 대출금 상환으로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정씨는 만족했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그 돈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될 거란 기대로 열심히 생활했다. 지난해 9월, 정씨는 드디어 전세자금을 모두 상환했다. 주택자금으로 묶여있지만 4500만원이라는 목돈을 만든 셈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정씨는 ‘목돈마련’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그동안의 생활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신용카드를 긁어댔다. 여유 없이 생활하느라 다니지 못했던 여행도 맘껏 다녔다. 대출금 갚느라 빠듯하던 지갑도 두둑하니 마냥 신이 났다. 통제되지 않는 씀씀이 탓에 매월 날아오는 신용카드 카드명세서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찍힌 건 예삿일이었다. 퍼뜩 정신이 든 그가 재무상황을 점검하기로 한 이유다.

먼저 정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보자. 직장인 7년차인 정씨의 월 평균 급여는 260만원이다. 이중 식비로 40만원가량 쓰고, 전기ㆍ가스비와 관리비로 각각 5만원씩 지출한다. 통신비가 30만원으로 많은데, 이것은 사정상 가족들 통신비를 정씨가 모두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부터는 줄일 계획이지만 그때까진 매달 통신비로 30만원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50만원씩 납입하는 정기적금과 12만원짜리 건강보험, 2만원씩 들어가는 주택청약도 갖고 있다.
현재 소비보단 미래 준비

문제는 비정기지출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씨는 현재 신용카드 사용으로 무분별한 지출을 하고 있다. 그게 한달 평균 110만원이다. 맘껏 쓰고 나면 남는 돈은 고작 6만원뿐. 이걸 조정해 정씨의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다.

그전에 정씨의 목표부터 보자. 정씨는 8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퇴직금까지 합쳐 약 1억5000만원의 자금을 만드는 게 목표다. 빠른 은퇴를 계획한 만큼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정씨의 소비 중 가장 비중이 큰 비정기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정씨의 소비습관은 목돈마련 이후 갑자기 늘어났다. 고정지출이 아니기 때문에 개선 여지가 크다는 점이 그마나 희망적이다. 현재의 소비보단 미래 대비에 더 무게를 두고 110만원에 달하는 비정기지출을 7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것만 줄여도 4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여기에 잉여자금 6만원까지 더하면 46만원이 남는다.

반면 2만원이던 주택청약은 10만원으로 키웠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에도 각각 5만원씩 투자했다. 단기적금도 하나 마련했다. 비상금통장을 만들어 월 25만원 넣기로 한거다. 1년만 부어도 최소 300만원은 마련할 수 있다. 이걸 다시 어떻게 쓸지는 그때 상황에 맞게 재설계하기로 했다. 이렇게 투자규모를 늘려 잡았음에도 3만원이 남는다. 이 돈은 교대근무ㆍ특근ㆍ야근 등으로 생기는 수당과 함께 자유적립식 적금에 넣기로 했다.

앞으로 오르게 될 임금인상분 역시 자유적립식 적금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추후 중장기적인 저축에 투자하거나 갑자기 단기 자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금이다. 여유자금을 계속 모으다보면 전세보증금이 올라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정씨는 지속적으로 재무목표를 점검하면서 자산을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8년 후 무엇을 할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홍성철 한국경제교육원 연구원 hsc4945@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