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보복 심각한 이유

“중국과의 무역 규모를 줄이자.” “사드 배치를 유예하거나 철회하자.” 한국경제에 닥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위기가 거세지자 나온 여러 대안들이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전문가들은 “뾰족한 단기대책을 찾을 수 없다”고 한탄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현재로선 힘겹기 때문이다.

▲ 미국과 중국은 우리 정부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대규모 경제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7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호언이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들 중국이 경제보복까지는 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금 그의 호언에 흠집이 났다.

2월 27일 롯데그룹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하자, 중국내 롯데마트 매장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미국 허쉬와 롯데가 합작으로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은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을 받은 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롯데에만 찬바람이 부는 건 아니다. 관광업계는 타격이 더 크다. 중국의 대형 여행사 중 하나인 캉후이 여행사는 최근 한국 저가항공사의 모객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국유 유통업체인 화룬완자는 5월부터 한국 기관과 계획했던 온라인 쇼핑몰 연계 한국 식품 판촉전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한국 기업과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그제야 유 부총리는 “최근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에선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에 흔들리지 않고 외교 결정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라는 거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하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의 압도적 1위 수출대상국(25.1%)이다. 홍콩(6.6%)까지 더하면 비중이 31.7%로 치솟는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00만명 중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806만명으로 47%를 차지했다. 중국 자본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규모도 엄청나다. 지난해 3월 기준 17조8760억원으로 총액의 18.4%, 전체 국가 순위 1위다.

이런 중국 편중 현상의 원인은 ‘무역다변화’를 외면하고 확실한 규모를 보장하는 대륙에만 의존해온 탓이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는 중국 변수에 취약한 구조가 됐고,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도 어려운 처지로 전락했다.

상황이 만만치 않으니 사드 배치를 유예하거나 연기하는 식으로 타협하자는 대안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유예하거나 철회한다고 가정해보자. 중국은 목적 달성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제재를 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처럼 경제 보복을 하지는 않겠지만, 아시아 패권에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을 두손 놓고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얌전하게만 있지 않을 거라는 경고다.

대규모 보복 없을 거라더니…

이 말은 한국경제가 ‘무서운 덫’에 빠졌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든 다음 수手를 찾아야 한다.

그게 뭘까. 일단 중국의 제재 수준을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아직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까지는 건드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우리를 무너뜨리려면 수출 비중 75%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중간재 수입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이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중국이 한국에서 부품을 수입하고 이를 활용해 완제품을 만들어 다른 국가에 내다 팔고 있어서다. 한국산 제품의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이 상대국보다 뛰어나 단기간에 대처할 수도 없다. 국제 사회의 역공을 당할 빌미가 될 수 있어서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제제도 어렵다.

중국이 인허가ㆍ품질과 등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을 교묘하게 쌓아올리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준에 맞는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상책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자체적으로 중국의 무역정책 및 법제도에 대한 사전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중국이 쌓아 올린 비관세 장벽의 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미 없는 움직임도 바꿔야 한다. 정치권은 ‘불합리한 제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치사하다’ ‘옹졸하다’ ‘몽니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대응으론 중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승경 대안 정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 있지만 국익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정에는 긴밀히 연결돼있다. 사드 보복은 중국이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다. 아시아 패권을 미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경제정책’이다. 외교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언제든 이런 다툼의 희생양 될 공산 크다.” 지금처럼 중국의 제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몽니 아닌 경제정책으로 봐야

우리는 이제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계산과 희망대로 G2(미국ㆍ중국)가 움직일 리 없다는 점을 말이다. 유 부소장은 “우리는 오랜 기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생존전략을 펼쳐왔고 이번 사드 사태를 통해 이 전략은 파산선고를 맞았다”면서 “양자택일의 진영논리도, G2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도 통하지 않으니 외교 정책과 통상 정책 모두 새로 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의 보복 조치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거다. 새 정부의 몫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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